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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5049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낮
예기 11
하얀 돌 12
눈곱 13
예언 14
수박 16
후유증 19
엄마 은행나무 20
나무의 말 21
아버지의 나무 22
장맛비의 운율 24
숲속이용원 27
비타민 C 30
어버이날 31
저작권 32
인스턴트 카페라테 34
독고다이 노숙인 36
유전(遺傳) 38
책의 연혁 40
생신 선물 42
마늘종장아찌 44
외식 46
졸음운전 48
배드민턴장에 가는 진짜 이유 50
시작(詩作) 53
복권방에서 54
개 인형 56
오늘 57
2부 밤
고단(孤單) 61
불의 눈물 62
반달 64
나무목걸이 66
귀갓길 2 68
엄마 69
스타트 전구처럼 70
별리 72
혼자 부르는 노래 74
잠꼬대 76
상처 77
하얀 석상 78
노래방 도우미 79
양파 80
신촌에서 82
귀갓길 3 84
혼자 먹는 밥 86
타석증(唾石症) 88
빙그레투게더 90
유전 욕망 92
통감의 속도 94
명함 96
불고기 전골 98
하늘나라 열매 101
서울 나들이 102
유일한 전화번호 105
반포치킨에서 108
행인 110
양말 111
맥주 112
이빨 114
생활 116
인성의 비교급 118
발문| 슬픔의 윤리학 ?함성호 12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뒤표지 시인 산문]
우리 동네 산책길에 큰 느티나무 한 그루. 어느 날 그루터기만 남았다. 병들어 베어냈는지 밑동만 남은 나무는 사라진 줄기며 가지며 푸른 이파리가 아직도 함께인 것으로 여기는지 여러 날이 지나도 나이테 빼곡한 그루터기에 맑고 끈끈한 나뭇진을 짜 올리고 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끝내 부화하지 못한 알을 계속 다리 사이에 품고 우두커니 서 있는 아비 펭귄처럼 자꾸만 헛짓을 하는 것이다.
세상의 하고많은 사람들 중 가만히 앉아 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들은 드물다, 헛짓이기에.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이미 사라지거나 여전히 생성되지 않는 것들을 향해 무모하게도 이를 곳 없는 진액을 뽑아 올리고 있는, 꼼짝 않고 다리 사이에서 얼어버린 알을 품고 있는 헛짓들로 문신을 새기리라 마음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헛짓에 일가견 있는 선배 시인을 기쁘게 만나고 한밤중 귀가하다가 혼자 보도블록에 나뒹굴었다. 그 바람에 자연스레 내 왼쪽 눈썹에는 초승달 모양의 제법 큰 문신이 저절로 생겼다. 다행(多幸)이다. 비로소 해의 빛으로 밝은 달빛 아래 등걸의 둥근 물기를, 사라진 나무의 자리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