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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5346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얼음의 나라 아이라
1부
2부
3부
에필로그
해설_ 희망을 만지는 언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직은 펠릿의 모양만으로 말의 의미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펠릿의 외형만 봐도 직관적으로 그것이 어떤 종류의 말이었을지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펠릿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을 싫어했고 심지어 스스로도 그것과 마주하는 것을 꺼렸다. 펠릿은 외부로 드러난 마음이었고 밝히기 싫은 비밀이자 추문이었다.
침묵은 인간의 본성에 어울리지 않았고 말없이 이루어지는 소통은 덫에 발목이 물려 있는 야생동물처럼 고통스럽고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들은 말없이 말해야 했다. [……] 그래서 개발된 것이 팜패드다. 사람들은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는 기존의 대화 방식과 최대한 비슷한 효과를 원했다. 원거리에서 문자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의 단말기와 비슷하지만 신체를 이용해 메시지를 입력하고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전자식 노트에 가까운 제품이다.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하여 텍스트를 입력하고 입력된 내용이 가슴에 부착된 미러를 통해 이미지로 출력되는 장치다. 손가락은 하나의 입력 장치 기능을 하고 손바닥은 그것을 읽어내는 노트의 기능을 담당한다. 손가락 끝에 있는 미세한 전류의 흐름이 손바닥에 전달되면 이동과 압력을 계산해 미러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그것만이 소망이었고, 그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가능성이었다. 인간들은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겨우 견디며, 힘들게 숨 쉬며, 치욕을 이기고 욕망을 감추며 자신의 본질을 증오했다. 무엇인지 모르는 인류 공통의 어떤 죄를 반성하며 입 다물고 고요히 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자신이 내뱉은 말에 발목이 감기고 숨이 막혀 질식하고 싶진 않았다. 마음껏 말하고 싶었고 소리치고 싶었고 노래하고 싶었다. 그들은 소망을 품고 노아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