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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나만 아는 단어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황유원, 정용준, 임선우, 권누리, 김선형, 김복희, 유선혜, 정수윤, 김서해 (지은이)
휴머니스트
16,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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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나만 아는 단어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087433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6-01-26

책 소개

낯섦과 거리감 속에서 문득 점화되는 의미, 꼭 나만 아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만들어낸 단어, 한 시절을 설명하는 단어, 멀어졌다가 돌아온 단어까지, 10명의 소설가·시인·번역가가 각자 다섯 단어씩, 삶에 밀착된 오십 단어를 꺼내 보인다.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간직해온 내밀한 단어집

“낯섦과 거리감으로 인해 돌발적인 의미들이 문득 점화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 꼭 나만 아는 것 같다고 느낀다.” _김선형, 128쪽.

만들어낸 단어. 한 시절을 설명하는 단어. 이제 나를 떠나간 단어. 가깝고도 먼 외국어까지. 《나만 아는 단어》는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아껴두었던 ‘나만 아는 단어’에 대해 쓴 책으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흄세)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국내 작가 앤솔러지다. 우리는 모두 단어와 함께 살아가지만 더욱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수집한 단어로 삶을 축조하는 소설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을 나란히 두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시인. 두 언어를 넘나들며 가장 적합한 단어를 골라내는 번역가까지. 그들에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단어장을 주면 어떨까? 이 책은 10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각각 다섯 단어씩, 전체 오십 단어를 소개하는 ‘단어집’이지만 이미 등재된 의미를 매만지거나 새로운 용례를 제안하지 않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렌즈 삼아 완전히 밀착하지 못하는 단어와 의미 사이를 들여다본다.

단어 앞에는 늘 커다란 괄호
알맞은 의미를 찾은 후에야 가능해지는 마음들


김화진 소설가는 다른 사람들이 [주머니]에 숨긴 건 알 수 없어도 주머니가 있다는 사실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머니’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함께 고른 [실망]과 [변심] 모두 ‘사람을 궁금해하는 마음’ 안에서 이루어진다. 황유원 시인은 지속적인 고양감에 머물 수 있는 [고원]의 감각을 꿈꾸며 이를 삶과 시에 빗대는데(“고원에 올라 산책하면 어느 정도 높은 강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지속적인 고양감 속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원에서도 내려가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 만년필이라는 창을 들고 교정지로 돌진하는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소속란을 쓸 일이 있으면 맞닥뜨리게 되는 [무소속]이라는 감각 앞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연함과 쓸쓸함에 대해서도 현실감 있게 포착해낸다. 포개진 셔츠에서 [포옹]을 떠올린 정용준 소설가는 나와 너의 틈을 포옹으로 메우려는 시도에서 필연적으로 알게 될 서러움에 대해 알려준다. “더럽게 서글픈 떨어짐과 헤어짐”이 없느냐고 되묻는 장면에서 독자는 지금껏 안겨온·안아온 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극도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임선우 작가는 [인간만두]라는 단어를 만들어낸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신이 만두소가 되었다고 상상하면 누구나 ‘인간만두’가 될 수 있다. 주변을 성실히 살피는 태도의 [본느], 안녕을 기원하는 [하지].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분법적으로 구획되는 ‘쓸모’에 대해 생각하는 [토머슨]도 있다.

이십사절기 중에서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시기인 하지. (……) 낮과 밤이 공존해야 하는 것이 삶이라면, 최대한 밝게 살았으면 해서. (……) 이 땅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삶이 부디 하지와도 같기를 바란다. _임선우, 〈하지〉, 90~93쪽.

권누리 시인은 자신이 단어를 다루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 계기로 어릴 적 엄마와 했던 끝말잇기를 든다. 상대가 계속 단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며 지속하던 끝말잇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얘기하면서, 자신이 말놀이[펀pun]라는 유산을 “꼭 쥔 채 성장했음을” 고백한다. 김선형 번역가는 자신을 “울창하고 낯선 텍스트의 숲 어귀에 서서 막막하게 안을 들여다보던 이방인”이었다고 말한다. 낯선 단어를 알아가는 일은 개인의 “역사, 차이와 기벽에 부딪혀” 이탈되고 일탈하는 일이라면서, 이는 여전히 생경하지만 때로는 “영롱하다고, 경이롭다고”, “꼭 나만 아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복희 시인은 함께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단어들을 골랐다.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빛]은 윤동주 시인의 〈십자가〉에 있는 “쫓아오는 햇빛”으로 옮아가고, 인간적인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생명 반응이 없는(하지만 아닐 수도 있는) [귀신]이나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빛은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랍니다. (……) 당신도 저도 죽는 날까지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빛과. _김복희, 〈빛〉, 158쪽.

어딘가 쓸쓸한 [명왕성]을 시로 쓰는 데는 포기했지만 여전히 어떤 비유로 명왕성을 이해하는 유선혜 시인은 자립하지 못하는 감각, 혼자서는 비어 있는 느낌으로 [것]에 대해 말하며, “끝내 빈칸을 채우지 못해 일인분의 몫을 견디지 못하는 의존명사로 남을까” 두려워서 글을 쓰는 걸지도 모른다고 자문한다. “미완성인 문장과 까마득한 괄호에 어울리는 의미” 발견하려고. 일본어, 북한어, 그리고 아리송한 요정의 주문 같은 단어를 보내온 정수윤 번역가는 [루리]라는 단어로 이름과 삶의 태도를 살핀다(“그러다가 루리를 발견했다. 루리의 빛도 닦기 나름. 나도 닦으면, 열심히 갈고닦으면, 빛이 날까, 반짝일까”). 김서해 소설가는 “슬픔을 말하는 단어가 있을 뿐 슬픈 단어는” 없다고 말하며, 어제 좌절해도 오늘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쥐여주기 위해 [흉충]이라는 말을 만든다.

“하루 중 반짝거리는 기쁨의 한 조각을 얻었기에
그 밖의 긴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10명의 작가는 자신에게 흐르던 의미로 단어를 꿰어 보여준다. 이는 《나만 아는 단어》를 읽는 독자에게 송부하는 남김없이 아름다운 고백이다. 자기만의 ‘나만 아는 단어’를 쓰게 될 독자가 조심조심 걸을 수 있도록 “좋은 계단”을 놓아주는 마음이다. 작가들이 자신의 서사로 단어와 의미를 해체하고 실컷 헤집었듯 독자 역시 자신만이 지닌 ‘나만 아는 단어’ 안에서 입고 마시고 덮고 꿈꾸시기를. 희망이 필요하다면 발명하시기를(“빛은 희망이 필요한 이의 발명”) 위로가 필요하다면 꽉 안고 절대 놓지 마시기를(“안고 있는데 안고 싶다. 안겨 있는데 안겨 있고 싶다”). 차곡차곡 쌓아갈 ‘나만 아는 단어’를 갖고 새롭게 시작된 한 해를 풍요롭게 건너가시기를.

목차

김화진 종종|변심|실망|대화|주머니
황유원 초|고원|senescence|프리랜서|무소속
정용준 포옹|유령|산책|더듬다|겨울
임선우 쿠머스펙|토머슨|하지|본느|인간만두
권누리 니은|실내산책|요쿨J?kull|주인공|펀pun
김선형 Pang (n.)|Poignant (a.)|Bless (v.)|Iridescent (a.)|Reflection (n.)
김복희 빛|인형|문학|귀신|함께
유선혜 가름끈|명왕성|미색|빠삐용|것
정수윤 루루|루리|가차|게사니|유카르
김서해 겹소망|맞틈|도끼책|꿈펜티멘토| 흉충

저자소개

김선형 (옮긴이)    정보 더보기
울창하고 낯선 텍스트의 숲 어귀, 빛이 달라질 때마다 자꾸만 모습을 바꾸는 외국어를 더듬고 어루만지는 번역가. ‘pang’을 형언할 수 없는 환상통으로 감각하고, 한번 pang을 당한 자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Poignant’은 pang이 꿰뚫고 지나간 자리에서 가라앉는 어떤 찬란한 사무침의 형용사. 우리에게 앎을 주고 깨달음을 주지만 또한 우리를 찌르고 상처입히고 관통하는 문학 같은. 감춰뒀던 의미를 급작스럽게 드러낸 단어로는 ‘Bless’가 있다. 축복의 빛깔은 무얼까? 무구한 폭포수의 물방울도, 함부로 바다에 엎질러진 유독한 유막도, 특별한 빛이 비추는 어느 순간에는 ‘iridescent’하다고 말하고 싶다. 허구 속의 타자가 자신의 거울이 되었을 때 터져 나오는 진짜 감정, 우리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빛. 그게 내가 아는 ‘reflection’이다. 산문집 《디어 제인 오스틴》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프랑켄슈타인》, 《시녀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솔로몬의 노래》, 《사악한 목소리》, 《오만과 편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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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겨울’을 좋아하는 겨울 산. 예언자의 이 말을 자신의 핵심에 도달하는 상징으로 여기는 소설가. 포개진 셔츠는 떨어지지 않는 ‘포옹’을 꿈꾸지만 나는 나고 너는 너인 것은 얼마나 서러운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허둥대며 ‘더듬는’ 손의 애씀. 짐작하는 건 지치고 예상하고 상상하는 건 너무 힘들어 자라나는 초조를 ‘산책’으로 다스린다. 목적지도 없지만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의 위안. 죽은 자, 잃어버린 자, 이름으로만 남은 자,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자, 그러니까 ‘유령’. 이 모든, 더럽게 서글픈 떨어짐과 헤어짐. 당신에겐 없나? 정말? 소설집 《선릉 산책》,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중편소설 《유령》, 짧은 소설 《저스트 키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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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윤 (옮긴이)    정보 더보기
이름에 있는 닦을 수(修) 자처럼 끊임없이 갈고닦는 번역가. ‘루리’의 빛도 닦기 나름이라 수행하는 마음으로 노력하지만, 어떤 날에는 ‘가차’ ‘가차’ 하며 울고 싶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다. 이를 알려준 ‘게사니’처럼 목청을 높이며 나의 언어, 나의 문장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니까 사라져가는 ‘유카르’ 계승자가 되어 노래하고 싶어진다는 것. 새로운 소설을 쓸 준비가 되었다는 것. 이제 행운의 주문을 외울 차례다. ‘루루’ ‘루루’. 장편소설 《파도의 아이들》, 산문집 《날마다 고독한 날》, 하이쿠 안내서 《한 줄 시 읽는 법》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도련님》, 《은수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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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실낱같은 희망이 필요할 때 틈새로 찾아드는 ‘빛’을 찾는 사람. ‘문학’을 입고 마시고 덮고 꿈꾸던 시절이 뿌리라면 그 유기성의 한계에서 늘 헤매는 시인. 절대 등 뒤로 볼펜을 던지지 않는 건 두 손바닥을 펼친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귀신’ 때문에. ‘인형’이 아니다. 인형은 귀신이 아니다. 아니지만 가끔 살아 있다. 그러니 거칠게 끌어안거나 훼손하지 않았으면.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함께’한다. 애석하게도. 안심되게도. 시집 《스미기에 좋지》, 《보조 영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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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창 같은 만년필 세 자루를 갖고 교정지로 쳐들어가는, 번역가라는 ‘프리랜서’. 지속적인 고양감 속에 머물 수 있는 ‘고원’의 상태를 시 쓰기라 말하며 이를 꿈꾸는 시인. 소속란을 쓸 일이 있으면 거침없이 ‘무소속’이라고 쓰지만 그 쓸쓸함 앞에서는 뭐라도 붙잡고 아침까지 버티기를 바란다. 그래서 가끔 ‘초’를 켜는 낭만적인 짓을 하는 것일지도. 참 ‘senescence’를 보면서 단어의 숙명을 생각했다면 조금 이상한가? 뭐 어쩌겠느냐마는. 시집 《하얀 사슴 연못》, 《일요일의 예술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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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가끔은 종종을 이럴 때에도 쓴다. 누군가에게 네 생각을 했다고 고백할 때. 그때 당신이 했던 말 종종 떠올렸어요. 가을에 우리 만났던 거 종종 생각했어요. 그런 말을 꺼낼 때 늘 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말은 “좋았어요”라는 말이다. (……) 그 말까지 가기 위해 쓰는 종종은 좋은 계단이 된다. 종종이라는 계단이 없으면 바로 본심으로 추락할 것처럼, 그래서 무릎을 찧거나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가 상대방을 쳐버릴 것 같은 걱정이 들 때 종종은 나를 조심조심 걷게 만든다. _김화진, 〈종종〉


내가 초를 좋아하는 것은 둥글고 은은하게 퍼지는 그 불빛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라는 단음절 한글 단어의 형상 때문이기도 하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초’는 그 모양부터가 타오르는 촛불을 닮았다. _황유원, 〈초〉


이상하지. 더는 붙을 수 없는데 더 붙으려고 하는 쪽이 있네. 비어 있는 공간도 틈도 없는데 더 파고드는 쪽이 있네. 몸이 문이라면 열고 들어갈 텐데……. 질긴 피부와 단단한 뼈에 한계를 느끼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도 내가 아니라는 결국의 실감. 아무리 우리라고 우겨도, 하나처럼 붙어 있어도, ‘연결되었어’, ‘뒤섞였어’ 감탄사를 내뱉어도, 마침내 실감. ‘나는 나고 너는 너구나’ 그것이 얼마나 서러운지. 아이는 울고 연인은 몸부림치고 친구는 고요히 등을 두드리네. 포옹했다가 떨어져야 하는 아침. 진동하는 지금. 끌어당기는 팔은 밀어내는 팔이 되고 인력은 척력이 되는 더럽게 서글픈 떨어짐과 헤어짐. _정용준,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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