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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6121
· 쪽수 : 420쪽
책 소개
목차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영민은 사소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구동치는 생각했다. 구동치 역시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가 고려하는 디테일에는 늘 이유가 있어야 했다. 디테일은 단서이거나 은유이거나 상징이어야 했다. 이영민의 이야기 속에 있는 디테일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지루하게 만들 목적이라면 의미 있는 디테일이겠지만…… 구동치는 팔짱을 끼었다. 생략해도 될 만한 이야기가 많았다.
구동치는 이영민의 눈을 보았다. 깊은 곳에 불안이 있었다. 그 불안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구동치는 상관하지 않았다. 눈 속의 불안은 아직 껍질을 깨고 나오기 전의 새와 같다. 불안은 자라서 공포가 되기도 하고, 폭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구동치는 사람들의 불안을 사랑했다. 불안하지 않으면 아무도 탐정을 찾지 않을 것이다. 구동치는 사람들의 불안에 먹이를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눈이 내리면 모든 눈송이들을 잡아채서 녹여버리고, 날씨가 흐려지기라도 하면 대형 강풍기로 먹구름을 모두 몰아낼 기세였다. 구동치는 그런 모습이 싫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런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되고 정확하게 통제되는 세상, 물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꼭 있어야 할 사람들만 있는 세상. 구동치는 그런 세상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구동치가 해야 할 일은 없어지고 말 것이었다.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 조각들이 마치 노블 클럽의 조작에 의해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녹색 코트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