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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27524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세 가지 소원
학생인권조례
시 쓰는 공인중개사
전갈과 무화과
작전명 강유리
유리꽃
나쁜 엄마
시적인 (체하는) 댓글놀이
소문과 의심
시를 쓰다 잠들다 vs. 소설을 쓰며 잠들다
일진회, 청문회
개 같은 날
나쁜 엄마의 자식들 모임
엄마를 죽인 날
복수는 나의 것
모전자전
기본과 상식
전갈과 개구리
비(非)모전여전
쿠키와 나무
비긴 어게인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어울리는 것과 그럴듯한 것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
오늘의 교훈
작가의 말
이 소설에서 인용한 작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이름은 지환이며 고2다. 엄마 이름은 지연옥이고 서른여섯 살의 미혼모다. 나는 지옥과 연옥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하는 말이다. 차라리 엄마 이름이 하늘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나을 뻔 했으니까. (중략) 엄마는 내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아주 힘들어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에게로 날아가서 꽃이 되거나 그가 내게로 날아와서 꽃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꽃이 된다는 건 그때부터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신세계가 열리는 일이라고 했다. 나와 아버지는 애당초 서로에게 꽃이 되기는 글러먹은 관계라고. 그러니 관심을 끄는 게 나을 거라고 충고했다.
엄마의 닉네임은 무화과였다. 그 많은 닉네임 중에 왜 하필 무화과일까. 꽃 시절도 없었던 등신 같은 열맨데. 슬픈 사람이라면서 ‘ㅎㅎㅎㅎㅎ’는 또 뭐야. 자기가 생각해도 쑥스러운가 보지? 정말 깨는 아줌마다. (중략) 둘은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술 취하는 방법도 교류했다. 간단했다. 소주에 물을 타 마시면 된다는 것. 처음엔 물이 술처럼 넘어가다가 나중엔 술이 물처럼 넘어간다고 했다. 이건 엄마가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제공한 정보였는데, 전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댓글을 달아놓았다. 엄마도 “ㅎㅎㅎㅎㅎㅎㅎㅎ”를 남발했다. 둘 다 좀 헤퍼 보였다. 웃음에 대해 둘은 하나의 규칙을 정해놓은 것 같았다. 전갈은 ㅋㅋㅋ로만 웃고 엄마는 ㅎㅎㅎ로만 웃었다.
저러다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일본인은 “비사이로 막가”나, 가장 잔인한 일본인은 “깐이마 또까”라는 고전시대 막가파 유머까지 나누게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이었다.
엄마가 말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쁜 엄마라고. / 세상에 훌륭한 엄마로 알려져 있는 맹자 엄마나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고. / 우선 엄마는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 엄마부터 비난했다. (중략) 엄마란 모름지기 자식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주어야 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교육을 핑계로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게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중략) 엄마가 말했다. 한석봉 엄마는 무섭기까지 한 나쁜 엄마라고. / “자식에게 불을 끄고 붓글씨를 쓰라니. 이거야말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겁주는 행위가 아니고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