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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514480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0-08-14
책 소개
목차
나와 아로와나
35 혹은 53
나와 현이
나와 도서관 1
나와 주인님
나와 도서관 2
나와 오만 원
나와 〈치마의 모험〉
나와 저작권
나와 삼천 원
나와 송곳
나와 반지남
나와 옛날 애인
나와 주인놈
나와 석이
나와 아버지
나와 옥수수
나와 나혜석
나와 주홍글자
나와 도서관 3
오스테오글로숨
seawater70과 arowana84
나와 A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것은 나와 A에 관한 이야기다. A는 아로와나의 약자다. 그러므로 나와 아로와나 이야기다. 아로와나의 영문 표기는 arowana다. arowana에는 A가 세 번이나 들어간다.
arowana는 내 친구 현이의 아이디이기도 하다. 현이는 내게 아로와나를 맡기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나와 A에 관한 이야기일 수밖에.
A는 너새니얼 호손이 쓴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간통의 상징으로 가슴에 달고 다녔던 글자다. 그래서 A가 주홍글자를 뜻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A는 아로와나의 약자라고 좀 전에 밝혔을 텐데?
내 이름은 나해수(羅海水)다. 한자로는 바닷물이란 뜻인데, 내가 부모님께 달려가서까지 던진 질문은(부모님은 강원도에 계시다. 엄마는 무덤에 계시고,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계시다) 왜 빼어날 수(秀)가 아니고 물 수(水)냐는 거였다. 아버지는 내게 물 흐르듯 살라고 그렇게 지으셨단다. 흐르는 바닷물처럼 살아가라고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들어봤어도 ‘흐르는 바닷물처럼’은 처음 듣는 소리라 바닷물도 흐르는 거냐고 되물었다간 더 막돼먹은 딸이 될 것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어쨌거나 그 순간부터 흐르는 바닷물처럼 살고 싶어졌으니까. 꼭 부모님의 뜻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나는 봄에 옥탑방으로 이사 온 데다 반지하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으므로 그곳에 대해서는 새내기라고 답했다. 나는 대화 도중 반지남이 서른이란 걸 알게 됐고 반지남은 내가 35 혹은 53이란 걸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말 놓으세요, 누나”라는 반지남의 말에 “그러지, 뭐” 하면서 졸지에 말을 놓게 됐다.
우리는 각자 처한 환경, 그러니까 반지하와 옥탑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서로의 방에는 초대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상대방, 즉 상대의 방에 대한 환상을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반지남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옥탑방에 대해, 나 역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반지하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