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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030241
· 쪽수 : 440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니벨룽의 노래
옮긴이 해설
책속에서
“여러분들은 지금껏 내가 단 한 번도 지크프리트의 친구였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마침내 하겐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맨 처음 그자가 말을 타고 저 아래 궁전 뜰로 들어설 때부터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소. 군터 왕이시여, 맹세컨대 나는 그날 그자가 건방을 떨며 입을 연 순간에 이 칼로 답을 대신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대의 동생인 기젤헤어 왕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리했을 것이오! 그대는 지크프리트가 우리를 위해 작센과 덴마크에 대항해서 싸웠다고 했소. 그렇소, 그건 사실이오! 그런데 그 싸움이 그에게 너무 많은 명예를 가져다주었소. 라인 강 상류건 하류건 할 것 없이 강변에 있는 성이란 성에서는 모두가 지크프리트에 대한 말만 하고 있소!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명성이 부르군트 왕들의 명성보다 훨씬 더 커져 있단 말이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소! 그런데 그 모든 사실보다 더욱더 좋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당신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이 나라의 성과 영주들의 궁전에서 부르군트인들을 두고 비웃는 자들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앞서 들어간 난쟁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램프를 높이 쳐들었다. 알베리히가 부르군트의 기사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 “여기에 니벨룽의 보물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 알베리히는 경건하게 말했다. 컴컴한 동굴 안에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보물을 본 기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온 사방에 번쩍이는 장신구들, 근사한 무기들, 손잡이가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칼들, 루비와 에메랄드로 눈을 장식한 갖가지 동물 문양을 새겨 넣은 황금 투구들, 금과 은으로 된 갑옷들 그리고 값비싼 그릇들이 쌓여 있었다. [……] “저는 정말이지 구경하다가 지칠 지경입니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보물은 처음 봅니다. 지금까지 나는 우리 부르군트 사람들이 정말 넉넉한 부자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한데 지금 보니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군요.” / “서두르셔야 합니다.” 알베리히가 경고했다. “당신들이 데리고 온 시종들이 땅 위로 보물들을 모두 옮겨 마차에 싣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겁니다.”
부르군트의 기사들은 알베리히 왕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음이 무거워진 난쟁이 알베리히 왕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다. / “지금부터는 부르군트 사람들이 니벨룽의 왕이 된 겁니다. 보물을 소유한 자가 왕이 될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베리히가 말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규칙입니다. 그러나 니벨룽의 보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았으며, 그 보물을 소유한 이들 중에는 오래 산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에게는 행운이 함께하고 오래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 이 말을 들은 부르군트 병사들은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바람이 어디에서부터 불어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