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37479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20-06-17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트램펄린/세상의 액면/어떤 거리/십일월/만원 지하철의 나비/슬픈 버릇/상수동/이장/그해 대설주의보/교각 음화/해변/기억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바쁘고/구내식당/무반주/새벽 1시/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시월/초봄/빵 가게가 있는 풍경/전철역 삽화/북해/바닷가 풍습/열대
2부
어느 사랑의 역사/24시 해장국/두려운 방/누구도 그가 아니니까/강물에만 눈물이 난다/트랙/애인에게는 비밀로 하겠지만/역전 스타벅스/절창/발인/80년대/경원선 부고/소년 記/당신의 빗살무늬/내 뒷모습/죽은 소나무/눈의 사상/용궁설렁탕/이별의 서/환멸의 도서관/세상의 액면 2/산새/산 31번지
3부
이별은 선한 의식이다/생은 가엾다/흡혈 소년/눈물이란 무엇인가 2/무방비 도시/무반주 4/무반주 3/나일강변/시어들/추억, 진경산수/해협/지옥에 관하여/21세기/침대의 시/상하이 올드 데이즈/시립 화장장/계시/패배/강변 비가/하얀 당신/독/중심에 관해/남겨진 방
발문 이곳에선 모든 미래가 푸른빛으로 행진하길 - 박형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뒤표지 글
비가 자주 내렸다.
창밖 사철나무에는 직박구리가 아침마다 와서 울다 갔고, 기쁨과 슬픔은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멀리서 무개화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신생아처럼 누워 아주 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제외된 자들의 눈부심을 알았다
절창은 제외된 자들의 몫이라 생각했다
트램펄린에 날 던지면서 말한다
“말해줘 가능하다면 내가 세상을 고르고 싶어”
생각이 있으면 말해주리라 믿었지만
트램펄린은 그냥
나를 떨어뜨리고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떨어뜨리고
그러면 내 처지도 최선을 다해 떨어지고
세상에서 트램펄린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쉽다
날아오르는 몇 초가 달콤했기 때문에
- 「트램펄린」 부분
어린 시절.
큰물이 쓸려 간 아침,
교각 밑에 살던 거지 소녀가 떠내려갔을까 봐
숨도 안 쉬고 달려갔던 교각
마음 졸이며 달려갔던,
그 슬픈 음화가 생각났다.
병에 걸린 걸까.
엉겨붙은 눈꼽에
눈도 제대로 못 뜨는 고양이들이
짝짓기를 한다.
세상에 다시 오지 않을 거니까
적어도 그것만은 알고 있으니까
공룡뼈 같은 교각 아래서
고양이들은 생을 불태운다.
교각 밑을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이상하게 음화淫?로 바뀐다
녹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린 교각에는
설익은 유서들이 있고
누군가의 투항이 있고
어린 나이에 생을 마친 친구들과
그을린 맹세들이 있다.
스프레이로 쓴 억지스러운 구호 몇 개가
중년의 날 위협하고
이따금씩 덜컹대는 상판에서는
콘크리트 가루가 축복처럼 쏟아졌다.
트랙처럼 뻗어 있는 한강 다리 밑에 숨겨놓은
그 비밀스러운 음화를 지울 수가 없다.
내가 음화였음을.
- 「교각 음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