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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893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1-09-01
책 소개
목차
미신(迷信)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
임시 스케치 선
사운드 클라우드
그룹사운드 전집에서 삭제된 곡
(그)곳에서
0%를 향하여
해설|필름의 종말과 0%의 미래 _이광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날 한시 같은 상영관에서 나와 함께 영화를 봤던 사람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사람들. 나와 한 공간에 있다가 두 번 다시 못 만나게 된 사람들. 또 만났지만 또 만나더라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들. 몸짓들. 오직, 잔상으로만 기억될 얼굴들.
지금, 눈이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그 말이 그를 죽게 만들지도 모른다. 죽으면 죽는 거지 뭐. 근데 선생님 자살하셨다며? 그는 쉽게 말하고, 나는 그가 쉽게 말하기 전에 죽어버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척은 다 하시더니, 바보같이 왜 자살을 하셨대. 그는 함부로 말하고, 나는 그가 더 이상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그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는 펜스를 넘어, 얼어 있는 저수지 위로 한 발을 내딛는다. 그에게 다가가려고, 내딛는다. 한 발, 내딛지만. 바닥이 미끄러워서, 나는 이내 고꾸라져버릴 것만 같고, 고꾸라져버릴 것만 같은 이 느낌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다. 나는 이대로 영원히 미끄러져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기어이 그에게로 다가가, 곧 눈물이 날 지경이 되어 말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 나는 울어버리고, 그는 내가 우는 것을 우습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