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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32040950
· 쪽수 : 171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첫번째 수기
두번째 수기
세번째 수기
후기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즉 저는 인간 생활의 영위라는 걸 여전히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셈이 되겠습니다. 제 행복 관념과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 관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듯한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마다 이리저리 뒤척이고 신음하며 거의 발광 지경에 이른 적도 있습니다. 저는 대체,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적부터 참으로 빈번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저 자신은 늘 지옥에 사는 느낌이고, 오히려 저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아예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안락한 것처럼 보입니다. (「첫번째 수기」)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인간에 대한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그런데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 익살이라는 줄 하나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 가까스로 이루어질 법한 위기일발, 진땀 나는 서비스였습니다. (「첫번째 수기」)
서로 속이면서, 더구나 어느 한쪽도 신기하게 아무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참으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해 있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저는 서로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그다지 특별한 흥미도 없습니다. 저 역시 익살로 아침부터 밤까지 인간을 속이고 있거든요. 저는 도덕 교과서적인 정의니 뭐니 하는 도덕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서로 속이고 있으면서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고 있는, 혹은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지닌 듯한 인간이 난해합니다. 인간은 끝내 제게 그 오묘한 진리를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