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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소설 보다 : 여름 2026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5313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6-06-10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5313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6-06-10
책 소개
구소현, 남궁지혜, 박민경의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과 작가 인터뷰를 수록했다. 믿음, 진심, 인간성, 사회적 편견 등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 세 편의 소설을 통해 오늘의 삶과 인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품집이다.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여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여름 2026』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 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9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여름 2026』에는 2026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구소현의 「화이트 데이」, 남궁지혜의 「측은지심」, 박민경의 「즐거운 나라」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6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도희, 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하혁진,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들거리는 봄바람 속에서 희미해졌던 삶의 감각은 뜨거운 여름볕이 온몸을 감쌀 때 되살아난다. 『소설 보다 : 여름 2026』은 그러한 여름의 시선으로 ‘인간’의 존재 기반을 치열하게 묻는다.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세계에게 요청해온 것, 나아가 세계가 마땅한 ‘인간됨’의 조건으로 우리에게 요구해온 것은 무엇인가. 세 편의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작열하는 태양 아래 형형히 드러난 만물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듯 우리 삶의 저변을 떠받쳐온 가치들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구소현, 「화이트 데이」
“나는 지금 속고 있는 게 아니야. 믿고 있는 거야”
202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구소현을 2021년 가을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독한 소설”(소설가 손보미), “우중눅눅한 느낌”(문학평론가 조효원), “불편함”(문학평론가 김형중) 등의 평가를 받은 구소현의 소설은 책 한 권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야 한다는 카프카의 격언을 반추시키며 동시대 문학의 중심에 섰다. 데뷔 당시 “살고 싶어서”(수상소감) 소설을 쓴다고 밝힌 작가는, 이번 선정작 「화이트 데이」에서 믿음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몸부림이 들추는 세계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다.
사이비 종교 단체 ‘약속천익사원’에서 유년기를 보낸 ‘승현’과 그녀의 동생 ‘연주’는 내부 고발로 집단이 와해되면서 뒤늦게 세상에 편입한다. “구조에 중독된 사람”처럼 난민 구호단체 일에 몰두하는 연주와 달리 승현은 겉보기에 무난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회에 나온 16년간 그 어느 곳에도 마음 두지 못하고 헤매는 처지다. 그러던 중 사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 ‘재원’과의 재회는 승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재원은 여전히 약속천익사원을 믿는 데다가 교주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승현은 그가 자신을 포교해 믿음이라는 견고한 삶의 토대를 마련해주길 기대하는 반면, 재원은 승현이 자신을 설득해 이 거짓된 종교로부터 끄집어내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두 친구는 엇갈린 바람을 안은 채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어긋나는 소망들, 갈 곳을 잃은 믿음들을 과감하고 생생하게 장면화하는 데 이 소설의 탁월함이 있다”(문학평론가 이희우). ‘허울뿐인 희망’ 대신 명백한 불행을 내보이고 있음에도 독자는 이 소설의 끝에서 닫힌 문이 아니라 여러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와 인물이 한마음으로 독자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내거나,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공유해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구소현의 소설은 고통에 겨운 각각의 인생을 세밀하게 소묘하며 그토록 애써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건네줄 말을 끊임없이 궁구한다.
어떤 일을 겪어도 계속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 삶이 고통스러운 와중에 살고 싶어서 별의별 짓을 다 하는 인물 등을 소설 속으로 불러와 그들을 따라다녀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오히려 제 마음이 좀 나아진 적도 많습니다. 가끔은 제가 현실에서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알려달라며 그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요. 가끔이 아니라 요즘은 거의 매번 그러는 것 같아요. 넌 알고 있냐고, 알고 있으면 알려달라고요.
「인터뷰 구소현×하혁진」에서
남궁지혜, 「측은지심」
“내 실적이 좋은 이유는 거기에 있어. 난 진심으로 걔네를 대하거든”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남궁지혜를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주제로 잡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심사위원 윤대녕, 김형경)이는 힘은 특기이자 동력으로서 남궁지혜의 꾸준한 활동을 이끌며 그를 열성적인 작가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번 선정작 「측은지심」은 인간의 마음을 빌미 삼아 기만과 범죄를 정당화해온 화자가 역으로 동일한 구조 속 피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다.
러브 챗 인공지능을 가장해 상대 남성에게서 얻은 성기 사진으로 금전을 갈취하는 사기 범죄에 가담하는 ‘나’.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은 결국 진심이 필요”하다 말하며 자신이 사기 대상을 향해 느끼는 ‘측은지심’이 바로 실적의 비결이라 설파한다. 동정심과 우월감에 고취된 ‘나’에게 ‘아캄베’는 처음으로 거북함을 안기는 상대다. 아캄베는 ‘나’를 인공지능이 아닌 실제 사람처럼 대하며 그만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이에 이끌린 ‘나’는 전 여자친구 ‘이민경’과의 실패한 연애담을 털어놓지만, 아캄베는 “시발, 너 징그럽다” “진짜 같아”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윽고 아캄베가 자신에게 들려준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 된 ‘나’는 자신의 ‘진심’에 화답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며 그를 찾아 나선다.
소설 속 ‘나’에게 인간의 몸은 화폐와의 교환 대상이고, 사랑은 로맨스 스캠의 수단이며, 낭만은 데이트 폭력의 구실이다. 작가는 소설의 힘으로 그런 ‘나’를 고스란히 상대편, 즉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만든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나’의 신체는 점점 더 ‘여성화’되어 무차별적으로 침입당한다. 신체 일부분으로 축소되어 권력의 착취물이 되는 그를 독자는 측은히 여겨야 할지 우스워해야 할지 곤란해진다.” 이 이야기는 결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성’ ‘진심’ 등의 본질이 흐려지는 세계에 대한 고발이자 경제적 논리 아래 누구든 물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설이 던진 농담이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문학평론가 강도희).
어쩌면 진심이란 말이 이토록 절실해진 까닭은 그것이 자꾸만 의심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공지능을 사람이라 믿고 사람을 인공지능이라 믿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지만, 이제 와 진짜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도 그 절박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인간성이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진심을 호소하게 만드는 촉매가 된 거예요. 한때 가장 뻔한 변명처럼 들리던 진심이라는 말은 재밌게도 이제 더는 잃고 싶지 않은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가 된 셈이고요.
「인터뷰 남궁지혜×홍성희」에서
박민경, 「즐거운 나라」
“크고 실한 것을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이 분명 존재하는데,
오직 ‘사람의 몸’만은 왜 예외가 되는 걸까”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동시대 현실의 단면”을 “통렬하게 드러낸”(문학평론가 강동호) 이야기들로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일으키며, 최근 첫 소설집 『랠리』(문학동네, 2026)를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박민경을 2025년 겨울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지난 선정작 「별개의 문제」에서 개인의 삶이 자본주의 체제로 포획되며 치닫는 비극적 행로를 참연하게 담아낸 작가는 이번 선정작 「즐거운 나라」에서 뚱뚱한 몸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들을 박진감 있게 스케치한다.
소설은 거구의 여성이 “나 좀 살자”라고 절규하는 영상이 ‘살자녀’ 밈이 되어 퍼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역설적이게도 ‘신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타고나길 비대한 체구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신을 향한 시선과 괴롭힘 그리고 소외감에 시달린다. 모범생, 유도 선수, 시인, 파워 블로거 등 커다란 외피를 활용하거나 감출 수 있는 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모조리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그냥…… 나를 그냥 좀 읽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저물어갈 무렵, 신나라는 시내 한복판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목도한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이 잘못된 껍데기에 갇혀 태어난 존재임을 깨닫고, 자기만의 나라를 ‘건국’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정상’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는 오늘날에조차 유난히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 비만 여성의 삶을 대담하게 압축해 그린다. “박민경은 한 여성의 몸을 둘러싼 시선과 언어의 폭력성을 치밀하게 배치한다. 그 해석의 연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속에 독자 자신 또한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문학평론가 소유정). 한편 소설은 한 마리의 코끼리와 같이 우직하게 작품을 써나가는 작가의 초상을 언뜻 드러내며 ‘예술가 소설’의 면모 또한 빛낸다. 수없이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계속해 지평을 넓혀가려는 묵묵함을 향한 조명은 많은 이에게 나직한 용기를 전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벼움이 꼭 얕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믿어보고 싶었어요. 나라의 절규는 반복되고 퍼져가는 과정에서 분명 훼손되겠지만, 바로 그 가벼움 때문에 많은 이에게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작게나마 어떤 의미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입바람 한번에도 훌훌 날아가지만 일단 닿으면 콘크리트 틈에서도 기어이 뿌리를 내리는 씨앗처럼요.
「인터뷰 박민경×이소」에서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여름 2026』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 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9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여름 2026』에는 2026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구소현의 「화이트 데이」, 남궁지혜의 「측은지심」, 박민경의 「즐거운 나라」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6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도희, 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하혁진,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도서는 1년 동안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들거리는 봄바람 속에서 희미해졌던 삶의 감각은 뜨거운 여름볕이 온몸을 감쌀 때 되살아난다. 『소설 보다 : 여름 2026』은 그러한 여름의 시선으로 ‘인간’의 존재 기반을 치열하게 묻는다.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세계에게 요청해온 것, 나아가 세계가 마땅한 ‘인간됨’의 조건으로 우리에게 요구해온 것은 무엇인가. 세 편의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작열하는 태양 아래 형형히 드러난 만물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듯 우리 삶의 저변을 떠받쳐온 가치들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구소현, 「화이트 데이」
“나는 지금 속고 있는 게 아니야. 믿고 있는 거야”
202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구소현을 2021년 가을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독한 소설”(소설가 손보미), “우중눅눅한 느낌”(문학평론가 조효원), “불편함”(문학평론가 김형중) 등의 평가를 받은 구소현의 소설은 책 한 권이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야 한다는 카프카의 격언을 반추시키며 동시대 문학의 중심에 섰다. 데뷔 당시 “살고 싶어서”(수상소감) 소설을 쓴다고 밝힌 작가는, 이번 선정작 「화이트 데이」에서 믿음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살고 싶은’ 사람들의 몸부림이 들추는 세계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다.
사이비 종교 단체 ‘약속천익사원’에서 유년기를 보낸 ‘승현’과 그녀의 동생 ‘연주’는 내부 고발로 집단이 와해되면서 뒤늦게 세상에 편입한다. “구조에 중독된 사람”처럼 난민 구호단체 일에 몰두하는 연주와 달리 승현은 겉보기에 무난한 삶을 살고 있지만, 사회에 나온 16년간 그 어느 곳에도 마음 두지 못하고 헤매는 처지다. 그러던 중 사원에서 함께 자란 친구 ‘재원’과의 재회는 승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재원은 여전히 약속천익사원을 믿는 데다가 교주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승현은 그가 자신을 포교해 믿음이라는 견고한 삶의 토대를 마련해주길 기대하는 반면, 재원은 승현이 자신을 설득해 이 거짓된 종교로부터 끄집어내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두 친구는 엇갈린 바람을 안은 채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어긋나는 소망들, 갈 곳을 잃은 믿음들을 과감하고 생생하게 장면화하는 데 이 소설의 탁월함이 있다”(문학평론가 이희우). ‘허울뿐인 희망’ 대신 명백한 불행을 내보이고 있음에도 독자는 이 소설의 끝에서 닫힌 문이 아니라 여러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와 인물이 한마음으로 독자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얻게 되거나, 새로운 길을 찾아내거나,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포함해 모두에게 공유해주길” 바라면서. 그렇게 구소현의 소설은 고통에 겨운 각각의 인생을 세밀하게 소묘하며 그토록 애써 삶을 버텨내는 이들에게 건네줄 말을 끊임없이 궁구한다.
어떤 일을 겪어도 계속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물, 삶이 고통스러운 와중에 살고 싶어서 별의별 짓을 다 하는 인물 등을 소설 속으로 불러와 그들을 따라다녀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기도 하면서 오히려 제 마음이 좀 나아진 적도 많습니다. 가끔은 제가 현실에서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을 알려달라며 그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고요. 가끔이 아니라 요즘은 거의 매번 그러는 것 같아요. 넌 알고 있냐고, 알고 있으면 알려달라고요.
「인터뷰 구소현×하혁진」에서
남궁지혜, 「측은지심」
“내 실적이 좋은 이유는 거기에 있어. 난 진심으로 걔네를 대하거든”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남궁지혜를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주제로 잡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심사위원 윤대녕, 김형경)이는 힘은 특기이자 동력으로서 남궁지혜의 꾸준한 활동을 이끌며 그를 열성적인 작가로 자리매김시켰다. 이번 선정작 「측은지심」은 인간의 마음을 빌미 삼아 기만과 범죄를 정당화해온 화자가 역으로 동일한 구조 속 피해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 한 편의 블랙코미디이다.
러브 챗 인공지능을 가장해 상대 남성에게서 얻은 성기 사진으로 금전을 갈취하는 사기 범죄에 가담하는 ‘나’.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은 결국 진심이 필요”하다 말하며 자신이 사기 대상을 향해 느끼는 ‘측은지심’이 바로 실적의 비결이라 설파한다. 동정심과 우월감에 고취된 ‘나’에게 ‘아캄베’는 처음으로 거북함을 안기는 상대다. 아캄베는 ‘나’를 인공지능이 아닌 실제 사람처럼 대하며 그만의 이야기를 요구한다. 이에 이끌린 ‘나’는 전 여자친구 ‘이민경’과의 실패한 연애담을 털어놓지만, 아캄베는 “시발, 너 징그럽다” “진짜 같아”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윽고 아캄베가 자신에게 들려준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게 된 ‘나’는 자신의 ‘진심’에 화답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며 그를 찾아 나선다.
소설 속 ‘나’에게 인간의 몸은 화폐와의 교환 대상이고, 사랑은 로맨스 스캠의 수단이며, 낭만은 데이트 폭력의 구실이다. 작가는 소설의 힘으로 그런 ‘나’를 고스란히 상대편, 즉 피해자의 자리에 서게 만든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나’의 신체는 점점 더 ‘여성화’되어 무차별적으로 침입당한다. 신체 일부분으로 축소되어 권력의 착취물이 되는 그를 독자는 측은히 여겨야 할지 우스워해야 할지 곤란해진다.” 이 이야기는 결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성’ ‘진심’ 등의 본질이 흐려지는 세계에 대한 고발이자 경제적 논리 아래 누구든 물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소설이 던진 농담이 우리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문학평론가 강도희).
어쩌면 진심이란 말이 이토록 절실해진 까닭은 그것이 자꾸만 의심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공지능을 사람이라 믿고 사람을 인공지능이라 믿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지만, 이제 와 진짜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도 그 절박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인간성이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진심을 호소하게 만드는 촉매가 된 거예요. 한때 가장 뻔한 변명처럼 들리던 진심이라는 말은 재밌게도 이제 더는 잃고 싶지 않은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가 된 셈이고요.
「인터뷰 남궁지혜×홍성희」에서
박민경, 「즐거운 나라」
“크고 실한 것을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이 분명 존재하는데,
오직 ‘사람의 몸’만은 왜 예외가 되는 걸까”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동시대 현실의 단면”을 “통렬하게 드러낸”(문학평론가 강동호) 이야기들로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일으키며, 최근 첫 소설집 『랠리』(문학동네, 2026)를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박민경을 2025년 겨울에 이어 두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지난 선정작 「별개의 문제」에서 개인의 삶이 자본주의 체제로 포획되며 치닫는 비극적 행로를 참연하게 담아낸 작가는 이번 선정작 「즐거운 나라」에서 뚱뚱한 몸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들을 박진감 있게 스케치한다.
소설은 거구의 여성이 “나 좀 살자”라고 절규하는 영상이 ‘살자녀’ 밈이 되어 퍼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역설적이게도 ‘신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타고나길 비대한 체구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신을 향한 시선과 괴롭힘 그리고 소외감에 시달린다. 모범생, 유도 선수, 시인, 파워 블로거 등 커다란 외피를 활용하거나 감출 수 있는 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모조리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그냥…… 나를 그냥 좀 읽어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저물어갈 무렵, 신나라는 시내 한복판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목도한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이 잘못된 껍데기에 갇혀 태어난 존재임을 깨닫고, 자기만의 나라를 ‘건국’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정상’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는 오늘날에조차 유난히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 비만 여성의 삶을 대담하게 압축해 그린다. “박민경은 한 여성의 몸을 둘러싼 시선과 언어의 폭력성을 치밀하게 배치한다. 그 해석의 연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신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 속에 독자 자신 또한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문학평론가 소유정). 한편 소설은 한 마리의 코끼리와 같이 우직하게 작품을 써나가는 작가의 초상을 언뜻 드러내며 ‘예술가 소설’의 면모 또한 빛낸다. 수없이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계속해 지평을 넓혀가려는 묵묵함을 향한 조명은 많은 이에게 나직한 용기를 전할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벼움이 꼭 얕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믿어보고 싶었어요. 나라의 절규는 반복되고 퍼져가는 과정에서 분명 훼손되겠지만, 바로 그 가벼움 때문에 많은 이에게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작게나마 어떤 의미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입바람 한번에도 훌훌 날아가지만 일단 닿으면 콘크리트 틈에서도 기어이 뿌리를 내리는 씨앗처럼요.
「인터뷰 박민경×이소」에서
목차
화이트 데이 구소현
인터뷰 구소현×하혁진
측은지심 남궁지혜
인터뷰 남궁지혜×홍성희
즐거운 나라 박민경
인터뷰 박민경×이소
책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믿을 건지 속았다고 생각할 건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 끝까지, 정말 끝까지 가보면 돼.―구소현, 「화이트 데이」
이게 다 짜고 치는 페이크고 뒤통수 갈기는 사기 수법이더라도, 로맨스 스캠이라는 것은 결국 진심이 필요한 거야.―남궁지혜, 「측은지심」
부러웠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자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그래, 나는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심지어 사랑하지. 근데…… 나만 나를 사랑하면 어쩔 건데? ―박민경, 「즐거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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