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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2042206
· 쪽수 : 439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일상과 문학
시는 일상이다 — 이성복 시의 일상성
시를 짓고, ‘나’는 산다 — 신해욱과 김언의 시
시작을 전복하는 2000년대의 여성시
통감하는 주체, 유무의 경계 너머의 말들
본의가 아닌 본의로 — 동명이설(同名異說)의 동상(同相)들
도시에 대한 상상,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 — 구병모와 김사과의 장편소설
소설의 사실 — 2010년대 한국 소설의 한 동향
현실과 문학의 현실 — 문학이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방식들
2부 시의 얼굴들
일기가 되지 못한 노래 — 이성복론
비법(非法)의 비법(秘法) — 김언론
그, 말을 오래 중얼거리다 — 이장욱론
시인이여, 불참(不參)에 참여하라 — 서효인론
어떻게 탄생할 것인가 — 이원론
아름답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 이수명론
시의 가능, 사라진 마을의 복기 — 백은선론
현실의 이면을 투영하는 시 — 김리윤론
3부 소설의 시간
시간의 길이와 소설의 깊이 — 윤성희, 「이틀」
구원하며 구원되는 실감 — 김애란, 「물속 골리앗」
위로, 마음을 되짚는 길 — 정소현, 「돌아오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편혜영, 「야행(夜行)」
한계 없는 이야기의 방법 — 손보미, 스타일이라는 동력
죽음과 얼음 — 『연대기』에 이르는 한유주 소설의 연대기
4부 문학의 무늬
삶, 다른 시간들의 접속사(史)
속수무책(束手無策),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지들
얼굴도 이름도 없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는 나의 삶이 오로지 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고 있고 동시에 다른 삶에 내가 빚지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나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떤 일들이 있었다’고 말하고 그 발생과 변화에 관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은 곧 나의 변화를 의미한다. 앞서 ‘그것들’을 통해 문학 비평의 문을 열게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던 차원에서 나는 여전히 개인의 경험에 갇혀 있었다. 이후 비평의 방식을 통해서 변화한 것은, 나를 사유하고 감각할 때에도 개인성에 국한되지 않(못하)는 지점과 그 연원을 질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엇인가를 비평할 때는 분명한 관점과 태도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분명함이란 자기를 거듭 단속하는 와중에 유연한 변화를 수긍하는 데에서 지속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내 삶 속에서 문학 비평은 자기 목소리를 지키면서도 또 다른 자기를 무시하지 않는 것, 매 순간 타자의 세계를 탐문하고 함께 살기를 다짐하는 일이 되었다.
‘책머리에’에서
지금 여기서, 모든 시는 서정시라는 전언을 되새겨본다. 시를 지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시인의 정서가 아닐 수 없고,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 아니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혹여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순간에도 시인은 시를 짓는 이가 ‘나’라는 자명한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한 편의 시가 누군가에게 읽힐 때만큼은 시인의 존재는 장막에 가려진다. 누구도 시 속의 ‘나’를 시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여기서, 장막에 비치는 그림자를 주목해보려 한다. 그 그림자는 무엇보다도 시의 무대에 등장한 화자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다. 다시 말해, 이 의심은 시인이 어떤 의도로 화자를 시의 표면에 내세운 것인가이다.
시를 짓고, ‘나’는 산다 ? 신해욱과 김언의 시
이쯤에서 다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런 문학의 기능이다. 한 편의 소설을 구성하는 수백 개의 문장 가운데 절묘한 하나가 우리 삶의 한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 때문에 소설은 하나의 사건을 다루는 경우에도 수백 가지 인간의 삶의 장면을 상상하고 그 각각에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경험의 대입이 동원된다. 문학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이처럼 한 편의 작품이 그 속에서 내가 수많은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통과해서 나로 다시 돌아오는 경험이 가능하도록 씌어졌기 때문이다. 한 편의 소설을 하나의 강력한 주제에 동원되어 해석될 때, 공론장으로서의 문학은 납작하게 접혀서 또 다른 공론장에 끼워 넣을 만한 책갈피가 될 뿐이다.
현실과 문학의 현실 ? 문학이 공론장에서 활용되는 방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