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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지은이)
문학과지성사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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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4163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복간reissue, 반복repetition, 부활resurrection을 함축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의 스무번째 시집은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이다. 1985년 출간된 뒤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집이 40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가로질러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다.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내재적 힘으로
저 말하지 못하는 언어들은 시가 된다


복간reissue, 반복repetition, 부활resurrection을 함축하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의 스무번째 시집은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이다. 1985년 출간된 뒤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집이 40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을 가로질러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다.

이 길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이 길은 외로운가.
위험한가.
내 발목을 거는 세찬 물살, 이제 시가 나의 운명이라고
말해야 하나.
내가 던지는 이 고통스러운 돌이 너무 깊은 데 들어가
발 디딜 곳이 없지나 않을지.
―1985년 ‘시인의 말’에서

황지우의 시는 전통적 서정시와는 전혀 다른 형태와 세계관으로 충격을 주었고, 그 충격을 경험하며 우리는 또 다른 시의 지형을 디뎌볼 수 있었다. 1980년 5월 광주, 분단, 군사독재와 같은 당대 중요한 상황이 이 시집에서 콜라주, 몽타주, 일상 기록 재배치 등의 실험적 기법들로 아카이빙돼 출현한다.
황지우는 배제된 것들, 파편화된 것들을 기록하면서 비시적(非時的)인 ‘잔해’들을 건져 올린다. “황지우가 아니라면, 저 버려지고 무의미한 언어들이 시적인 것으로 재출현하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시를 추구하지 않고, 시적인 것을 추구한다’라는 황지우의 수행문은 한국 현대시의 가장 급진적인 선언이다”(이광호 문학평론가).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어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부분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이다”라는 시구는 일반 서정시의 세계관에서 비껴 서 있다. 얼핏 서정시로 보이는 이 시를 깊이 들여다보면, 나무는 주변 환경의 도움을 받아 수동적으로 성장하는 요소가 아니라 자신의 ‘내재적’ 힘으로 자기 자신이 된다. 즉, 인간이 중심인 세상에서 인간만이 움직이고 그 밖의 생태가 인간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세계 속에서 각자 움직이며 동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시인은 ‘자기동일성’으로 구축되어온 기존의 규범을 해체하여 말하지 못하는 것들에 미적 형태를 부여한다. 이러한 시 쓰기는 시집 곳곳에서 다른 형태로 출몰하고 있다.

벗이여, 이제 나는 시를 폐업 처분하겠다. 나는 작자 미상이다. 나는 용의자이거나 잉여 인간이 될 것이다. 나는 그대의 추행자다. 아아, 나는 시의 무정부주의를 겪었고 시는 더 이상 나의 성소(聖所)가 아니다. 거짓은 나에게도 있다. 우리는 다시 레이건 치하에서 산다.
―「근황」 부분

친구에게 근황을 전하는 이 시의 언어들은 무분별하고 무규칙적이며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혼재돼 있다. 잡다한 부산물이 시적 맥락 안에서 낯설게 배치됨으로 인해 독자들은 늘 일상에서 보던 흔한 언어가 시적인 형태로 읽히는 체험을 한다.

황지우의 시는 시인의 손에서 매듭지어지지 않고 열린 채 독자에게 건네지는데, 시를 읽은 사람이 그것을 해석한 다음에야 비로소 시의 의미를 획득한다. 이때 독자에게 넘겨진, 읽는 이로서의 역할은 보이지 않지만 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들과의 사이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관계, 능동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의 독법을 부수고 읽는 이를 시 속으로 더욱 깊이 끌어당기는 이 시집은 한국 시사에 ‘황지우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니, 그의 시를 읽는 이들이 있는 한 끊임없이 이 세계를 두드릴 것이다.

황지우가 “문학과 정치는 동시대의 말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했을 때, 그 진정한 함의는 그 말들을 발설한 시대 이후에 더욱더 풍부하고 예리한 것이 되었다. 그것이 시와 정치의 영역을 구별 짓는 지배의 언어에 대해 얼마나 큰 파괴력을 가졌던가를 묻는 것은, 과거가 아닌 동시대에 관한 것이다. 황지우의 시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시간으로 지금도 날아가는 중이다.
―이광호, 해설 「동시대적인 것들의 ‘엑스폼’」에서

목차

시인의 말

그들은 결혼한 지 7년이 되며 | 14시 30분 현재 | 꽃말 | 1983년/말뚝이/발설 | 뱀풀 | 「뱀풀」의 시작 메모 | 1960년 4월 19일·20일·21일, 광주 |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 벽 3 | 마침내, 그 사십대 남자도 | 아, 이게 뭐냐구요 |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 「상징도」 찾기 | 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붉은 글씨)를 잡읍시다 | 버라이어티 쇼, 1984 | 비 오는 날, 유년의 느티나무 | 우리 아버지 | 다이쇼(大正) 15년 10월 11일, 동아일보 | 무등(無等) | 꽃피는, 삼천리금수강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최첨단의 자작나무 앞에서 | 착지 | 사춘(思春)의 강가에서 | 잠든 식구들을 보며 | 소설, 이상한 전염병 | 근황 | 박쥐 | 바퀴벌레는 바퀴가 없다 | 도화(桃花) 나무 아래 | 닭장 | 근작 시 「닭장」을 위한 시작 메모 | 아침 산 | 나무는 단단하다 | 또 근황 | 아내의 편지 | 밤 병원 | 참꽃 | 담양 | 서울로 띄우는 엽서 한 잎 | 잠자리야 잠자리야 | 대밭에 드는 푸른 월색 | 삶 | 논 | 그리움 | 노숙 | 수북(水北)을 떠나며 | 대흥사(大興) 봄밤 | 은하 속의 해동 전라남도, 해남 이길남 씨 집 뜨락 | 비닐 새 | 그대, 부재를 위한 메모 | 호박등 | 종로, 어느 분식점에서 아우와 점심을 하며 | 나의 누드 | 윤상원 | 들풀 | 돌아온 사월 | 어느 벗의 결혼식에 가서 | 봄 바다 | 출가하는 새

해설
동시대적인 것들의 ‘엑스폼’ · 이광호
기획의 말

저자소개

황지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5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1980년 5·18민주화운동 가담으로 구속되면서 제작당했다. 이후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를 수료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이 입선한 뒤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거쳐 1997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 눈 속의 연꽃』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와 시선집 『성(聖)가족』 『바깥에 대한 반가사유』, 시극집 『오월의 신부』, 산문집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호』 등을 펴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을 수상하고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펼치기

책속에서

그 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연안으로 가고 있다.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전문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전문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나는
자기의 채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터리로 빈 몸뚱어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으로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 본다
―「출가하는 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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