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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4163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6-1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그들은 결혼한 지 7년이 되며 | 14시 30분 현재 | 꽃말 | 1983년/말뚝이/발설 | 뱀풀 | 「뱀풀」의 시작 메모 | 1960년 4월 19일·20일·21일, 광주 |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 벽 3 | 마침내, 그 사십대 남자도 | 아, 이게 뭐냐구요 |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 「상징도」 찾기 | 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붉은 글씨)를 잡읍시다 | 버라이어티 쇼, 1984 | 비 오는 날, 유년의 느티나무 | 우리 아버지 | 다이쇼(大正) 15년 10월 11일, 동아일보 | 무등(無等) | 꽃피는, 삼천리금수강산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최첨단의 자작나무 앞에서 | 착지 | 사춘(思春)의 강가에서 | 잠든 식구들을 보며 | 소설, 이상한 전염병 | 근황 | 박쥐 | 바퀴벌레는 바퀴가 없다 | 도화(桃花) 나무 아래 | 닭장 | 근작 시 「닭장」을 위한 시작 메모 | 아침 산 | 나무는 단단하다 | 또 근황 | 아내의 편지 | 밤 병원 | 참꽃 | 담양 | 서울로 띄우는 엽서 한 잎 | 잠자리야 잠자리야 | 대밭에 드는 푸른 월색 | 삶 | 논 | 그리움 | 노숙 | 수북(水北)을 떠나며 | 대흥사(大興) 봄밤 | 은하 속의 해동 전라남도, 해남 이길남 씨 집 뜨락 | 비닐 새 | 그대, 부재를 위한 메모 | 호박등 | 종로, 어느 분식점에서 아우와 점심을 하며 | 나의 누드 | 윤상원 | 들풀 | 돌아온 사월 | 어느 벗의 결혼식에 가서 | 봄 바다 | 출가하는 새
해설
동시대적인 것들의 ‘엑스폼’ · 이광호
기획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연안으로 가고 있다.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 전문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전문
새는
자기의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자기가 앉은 가지에
자기가 남긴 체중이 잠시 흔들릴 뿐
새는
자기가 앉은 자리에
자기의 투영이 없다
새가 날아간 공기 속에도
새의 동체가 통과한 기척이 없다
과거가 없는 탓일까
새는 냄새나는
자기의 채취도 없다
울어도 눈물 한 방울 없고
영영 빈 몸으로 빈털터리로 빈 몸뚱어리 하나로
그러나 막강한 풍속으로 거슬러 갈 줄 안다
생후의 거센 바람 속으로
갈망하며 꿈꾸는 눈으로
바람 속 내일의 숲을 꿰뚫어 본다
―「출가하는 새」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