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화연구/문화이론
· ISBN : 9788932044231
· 쪽수 : 270쪽
· 출판일 : 2025-07-10
책 소개
목차
[서문] 어떤 동시대인
[들어가는 말] 에이젠슈테인-벤야민 성좌
1부
1장. 유리 집의 문화적 계보학
: 영화 - 문학 - 건축
2장. 에이젠슈테인의 디즈니와 벤야민의 미키마우스
: 태곳적 원형 혹은 포스트휴먼적 예형
3장. 채플린 커넥션
: 소비에트의 그림자와 다른 세계로부터의 신호
2부
4장. 혁명과 소리
: 볼셰비키의 땅에서 사운드 씨의 기묘한 모험
5장. 에이젠슈테인의 <자본> 프로젝트
: 영화논고, 영화사물, 영화사유
원문 출처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와 관련해 언급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벤야민과 에이젠슈테인이 매우 특징적인 사유 방식 하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다보는 대신에 돌아보는 방식의 역사 구성,” 다시 말해 현재에 입각해 미래를 전망하는 대신에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지향이 그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관습적으로 기술된 역사 속에서 매몰되고 왜곡된 ‘태고’를 발굴함으로써 대항적 역사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은 벤야민의 “변증법적 이미지”의 핵심을 이룬다. 그는 진짜 과제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있다고, 이제 “미래를 등지고서 과거를 향하라”고 주문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의 문제를 예술 창조의 근본 법칙이나 인간 사유의 본래적 구조(“원시적 정신”)로 확장시켜 탐구하려 했던 에이젠슈테인에게도 과거는 역사철학적 함의를 갖는 중대한 과제였다.
이 글에서 그는 놀랍게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경험 전체가 빈곤해진 동시대의 상황을 절망스런 비극의 사태가 아니라 오히려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긍정적 조건, 이를테면 “일종의 새로운 야만성”으로 규정한다. 바로 이런 ‘영점의 조건’ 하에서 전승되어온 기존의 “휴머니즘적 인간상”을 단호히 거부하며 철저한 새로움을 대의로 택한 사람들, 벤야민의 인상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일단 판을 엎어버리는 일부터 시작하는 건설자”들이 등장하는데, 셰어바르트도 그중 한 명이다. 벤야민의 설명에 따르면, 셰어바르트적 사람들은 “인간성을 없앤(entmenscht) 인간성,” 곧 비(非)인간의 대변자이다. “왜냐하면 인간과의 유사성, 이 휴머니즘적 원칙을 그 사람들은 거부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무모함, 저 파괴적 자유의 세계를 지탱하는 낙관주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분명 그것을 파악하는 일은 「미키마우스에 대해」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핵심 구절을 이해하는 과제와 직결되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들에서 인류는 문명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길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고찰하기에 앞서 먼저 살펴볼 것이 있다. 디즈니라는 꿈의 형식, 저 특별한 동화적 세계가 벤야민의 동시대인 에이젠슈테인에게서도 대단히 유사한 방식으로 개념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