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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유럽사 > 러시아사
· ISBN : 9788932039862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22-04-20
책 소개
목차
서문
1부
들어가는 말. 『모스크바 일기』, 어떤 혁명의 기록
1장. 장난감 마니아 발터 벤야민: 혁명의 시간성에 관하여
2장. 혁명적 연극이란 무엇인가: 메이예르홀트와 브레히트 사이에서
3장. 혁명 이후의 문학: 생산자로서의 작가
4장. 영화(적인 것)의 기원으로서의 모스크바: 촉각성에서 신경감응까지
2부
5장.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사물론과 히토 슈타이얼의 이미지론: 트레티야코프와 아르바토프를 중심으로
6장. 러시아 우주론 재방문: 시간성의 윤리학 혹은 미래의 처방전.
[부록] 안톤 비도클·김수환 대담: 뮤지엄, 그 믿기지 않는 이상함에 관하여
7장. 아방가르드 뮤지올로지: 폐허에서 건져 올린 다섯 개의 장면들
원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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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과거의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아방가르드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차이는 ‘단절’과 ‘반동’으로 단순 요약될 수 없다. 서구의 문화유산을 비롯해 전통적인 고급문화 형식 전반에 대한 식견을 갖추었던 급진적 아방가르드의 대표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위해 그 유산의 ‘폐기 처분’을 선택했다. 반면 스탈린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또 다른 급진성은 바로 그 전통적인 문화 형식을 공리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던 데에 있다. 아방가르드가 과거를 단호하게 폐기하려 했다면, 스탈린주의는 ‘부정의 부정’이라는 기묘한 변증법적 아이러니를 통해 그에 대한 합법적 사용 권리를 주장했던 것이다.
여기서 또다시 곱씹을 수밖에 없는 것은 아감벤이 말한 장난감의 시간, 저 이중적 시간성이다. “한때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닌”의 시간, 과거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혹은 여전히 그에 붙들려 있는 대신에, 그것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의 마지막 질문은 여기에 걸려 있다. 만일 그것이 아감벤이 말하듯, ‘목적 없는 수단’의 잠재태적인 시간성이라면, 우리는 그와 같은 ‘아이들’의 시간을 여전히 ‘혁명’이라는 말로 지칭할 수 있을까? 신화의 무게와 권위로부터뿐만이 아니라 유토피아와 종말론의 핵심적 요체라 할 ‘목적’으로부터도 자유롭게 풀려나온 시간, 아이들의 저 ‘무위’의 시간성은 과연 혁명이라는 결정적 단절의 사건과 함께 갈 수 있는 것일까?
1920년대 모스크바의 극장은 단지 무대가 아니라 ‘새로운 세기와 새로운 인간’의 윤곽이 제시되는 장소였다. 소위 ‘혁명적 예술’이란 무엇이며,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가장 생생하고 격렬한 현장이 바로 연극 무대였다. “극장의 10월”이라는 메이예르홀트의 슬로건이 잘 보여주는바, 1920년대 러시아에서 무대 위의 혁명과 거리의 혁명은 함께 가야만 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여겨졌다. […] 인류 최초의 프롤레타리아 국가에 방문한 벤야민은 혁명의 무대 위에서 무엇을 보았고, 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세기에 걸친 연극의 관례들을 ‘혁명’하는 일과, 연극을 포함한 삶의 조건 자체를 총체적으로 변혁하는 일 사이에서 그가 고민했던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