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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인물
· ISBN : 9788932119809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5-11-10
책 소개
목차
1장 꿈 그리고 희망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신학교로
신학교에서 나가겠습니다
막내아들의 사모곡
적개심에 불타는 유학생
학도병으로 전쟁터에
전쟁터에서 만난 귀한 인연
FBI가 나를 추적한 사연
고달픈 귀국길
갈등과 유혹
다시 신학교로
전쟁의 혼란 속으로
2장 행복한 시골 신부
사제로 태어나다
꿈처럼 아름다웠던 본당 신부 생활
짧았던 교구장 비서 시절
내 무릎에 기대어 눈을 감으신 어머니
‘콧님’신부와 밀가루 신자
배움의 열망 안고 독일로
밀린 구독료 받으러 다니는 신문사 사장
사형수 최월갑과 희망원
3장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사제 수품 15년 만에 주교로
나의 첫사랑 마산교구
한국 교회 최초의 시국 담화문 발표
4장 양 떼를 사랑한 목자
서울대교구장에 오르다
길고 험난했던 서울대교구장 30년
내가 만난 박정희 대통령
병인박해 순교자 24위 시복식
5장 진리의 등불, 사랑의 등불
최연소 추기경으로 임명되다
전 세계 긴급 뉴스의 주인공으로
내가 정치를 좋아한다고?
8·15 시국선언으로 유신정권과 정면충돌
지학순 주교의 양심선언과 투옥
교회 정치 참여 논쟁과 분열
내가 만난 저항 시인 김지하
유신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열다
유신 정권의 교회 탄압
동일방직 노조 탄압 사건에 뛰어들다
짓밟히는 농민 운동
두 번의 교황 선거
끝내 얻지 못한 눈물의 은사
유신 종말과 서울의 봄
신군부 세력과 5·18 광주
6장 이 땅에 평화를
내가 만난 마더 데레사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
형님 김동한 신부
가난한 이들과 살고 싶었는데
교황 방한과 103위 시성식
제5공화국과 가톨릭 교회
“나를 밟고 지나가시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가톨릭 미디어 시대를 열라
문민 정부가 가져다 준 여유
김일성 주석은 나의 ‘어린양’
공권력에 짓밟힌 한 뼘 성역
30년 무거운 짐을 내려놓다
혜화동 할아버지
7장 ‘혜화동 할아버지’ 김수환
황혼 들녘에 서서
용기가 없어 가난한 이들과 함께 못해
목자 잃은 북녘 양 떼에게 달려가고팠지만
인생의 스승들
종교간 대화, 젊은이들에게
추기경의 눈물
에피소드
인생을 돌아보며
감수자의 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연보
맺음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붉게 물든 저녁 하늘을 무척 좋아한다. 산등성이로 석양이 기우는 풍경은 내 고향이고 내 어머니이다. 유년 시절 첫 기억은 서너 살 무렵, 경북 선산에 살 때이다. 어머니는 곡마단이 들어온 읍내 공터 구석에서 국화빵을 구워 파셨다. 나는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가 장사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옹기를 팔러 장에 나간 어머니가 해 질 녘이 되어도 안 돌아오시면 큰길로 나가서 어머니가 나타날 고갯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늘 그 시간이면 서쪽 고갯마루에 석양이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수많은 종교와 종파가 있지만 가톨릭은 하나다. 세상 어디를 가도 전례와 교리, 교회 구조가 똑같다. 미국 뉴욕 번화가에 있든 아프리카 밀림에 있든 지구상의 모든 가톨릭 교회는 하나의 믿음으로 베드로 사도 후계자인 교황과 연결돼 있다. 즉, 모든 신자가 한 가족 한 형제다. 그러니 패전국의 학도병, 그것도 일본군 군복을 입고 있는 한국 신학생이 그 섬에서 미국 형제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가톨릭 신학생이란 신분이 알려진 덕에 그해 성탄대축일 미사에 참례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성탄절 직전, 군종목사는 수천 명 되는 일본군 중에 유일한 가톨릭 신자인 나를 불러 “유황도에 있는 군종신부가 여기 와서 성탄전야 미사를 할 예정인데 원하면 참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부도에 군종목사는 있었지만 군종신부는 없었다. 미사 참례라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제가 하는 말을 정부 당국에 전해 주십시오. 경찰이 성당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시한부 농성 중인 신부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그 신부들 뒤에는 수녀들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연행하려는 학생들은 수녀들 뒤에 있습니다. 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그 다음 신부와 수녀들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내 입장은 확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