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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47457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1-1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마흔이 되려면 _ 13
1장 어제의 필영
그런 밤이 지나가고 _ 25
단골 노래방이 주는 힘 _ 31
그녀에게 배운 것 _ 41
그건 그냥 그런 것 _ 46
빛나는 것은 빛나게 놔두고 _ 49
좋아 보여 _ 53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 _ 61
노래방 도우미 자매 _ 66
할머니 이야기 _ 72
스물넷에는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_ 76
걷는 사이 _ 80
좀 이상한 연애 _ 84
쌤은 코만 딱 고치면 예쁠 텐데 _ 89
그 웃음 _ 94
이 계단을 내려가면 _ 105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게 된 날 _ 111
2장 오늘의 필영
흘러가고, 흘러오는 _ 122
엄마의 눈이 말을 했다 _ 126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도 빛이 있다 _ 131
엄마는 엘사 공주잖아 _ 134
아무도 모르는 산책 _ 146
엄마 노릇 잘 못 하는 엄마 _ 149
저 집은 애들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 _ 153
“이 어린 걸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_ 157
이상한 엄마가 나왔다 _ 168
언젠가는 말을 듣겠지 _ 173
없으면 빌려요 _ 178
“남편 욕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해.” _ 182
온실 속 화초와 산다 _ 192
남편이 가출했어요 _ 196
멋진 엄마가 되고 싶어 _ 200
코로나 덕분에? _ 205
3장 아마도 내일은
내 이름은 김필영 _ 218
우리 딸은 제기를 잘 찹니다 _ 223
“내 말 듣지 마.” _ 226
나의 밤은 언제 펼쳐지나 _ 231
흰 재킷을 샀다 _ 235
몇 년 만의 쇼트커트 _ 243
요가는 좀 별로던데 _ 249
감정은 일시불로 처리합시다 _ 253
걱정 마, 곧 다시 올 거야 _ 257
심야의 순간 이동 _ 261
그다음은 없어요 _ 272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_ 276
시댁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_ 280
진짜와 함께 살고 있다 _ 290
새로운 익숙한 사람들 _ 295
[에필로그]
가벼운 인생이 어때서요 _ 299
리뷰
책속에서
차가 거의 없는 골목길에 들어가자 눈앞이 단번에 까매졌다. 전화기를 들어 친구에게 전화하는 척을 했다. 수신자는 주로 미래의 나였다.
“네가 그때 그랬잖아. 힘들다고. 그래도 잘돼서 다행이네.”
너무 유치한 멘트라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내가 미친 짓을 하는 걸 알아채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입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래. 마흔이 되더니 철이 들었네. 보기 좋다. 이제 헤어진 그 남자랑은 안 만나지? 잘 헤어졌어.”
나와의 통화 속에서 마흔이 된 나는 철이 들었고, 헤어진 남자와는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새벽 두 시가 넘은 거리에는 술에 취한 사람만 지나다녔다. 나는 내일 출근할 것이다. 모레도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로 가서 대걸레를 빨 것이다. 집 현관문 열쇠 구멍에 열쇠를 꽂으니 딸깍하고 문이 열렸다. 어느 날 그 소리가 지겨워졌다. 딸깍. 딸깍딸깍딸깍. 마흔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비가 오던 날, 유달리 냄새가 많이 나는 방에서 생각했다. 남 탓이라도 하자. 이 공간이 모두 곰팡이로 뒤덮이기 전에, 우울증에 빠지기 전에 모든 일을 내 탓으로 돌리는 일은 그만두자. 그렇게 생각하자 예전에 요가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필영 씨, 필영 씨가 여기에 있는 것도, 이걸 하는 것도 모두 필영 씨의 결정이에요.”
개뿔이다. 더 우울해졌다.
많은 것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지만, 딱히 바뀔 것 없는 가벼운 결혼식이 진행됐다. 집 계단을 내려가는 마음으로 결혼식장에서 신부 입장을 했다. 당연히 울지도 않았다. 오래 사귄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그 답은 모르겠다. 다만 나는 마치 어떤 결정이라는 게 어렸을 적 했던 슈퍼마리오 게임처럼, 동전을 따먹을 수 있는 지하의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냥 그곳으로 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건 확실하다. 거기에 맞춰서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