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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88932475691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5-08-1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Ⅰ.비전쟁
(Ⅰ) 자연
(Ⅱ) 가족
(Ⅲ) 동물
(Ⅳ) 놀이
(Ⅴ) 일상
(Ⅵ) 학교
Ⅱ.전쟁
끝맺으며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린이는 한 열매의 씨앗입니다. 열매의 씨앗은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저 그 힘이 펼쳐지도록 돕기만 하면 됩니다. 어린이에게 어른이 만든 도덕적 기준이나 사회적 약속을 강요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있어 불합리한 일이며, 이는 결국 인류 전체에도 큰 손실을 안겨 줍니다. 왜냐하면 어른의 세계는 왜곡된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세계는 어린이 세계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발달시켜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어린이를 현존하는 어른의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것만큼 텅 빈 노력이 있을까요? 아니, 텅 빈 노력이라기보다 악덕에 더 가까운 일이겠습니다……
아키타 우자쿠 『와세다 문학』, 「예술 표현으로서의 동화」, 1921년
성에가 낀 목욕탕 유리창에는 진달래 꽃잎 모양의 새하얀 얼음 결정이 나타나, 너무나 아름다운 유리창으로 바뀌었습니다. 손가락으로 그 위에 살짝 선을 긋자, 마치 감기약 키니네처럼 작은 결정의 눈 같은 게 손톱에 껴서 꼭 바늘에 찔린 듯 아픕니다. 하는 수 없이 밖을 내다보려고 코를 중심으로 겨우 양쪽 눈만 드러날 정도로 살짝 문을 열자, 가루눈이 휙 하고 바람과 함께 얼굴에 불어닥쳤습니다. “앗, 추워.” 하고 황급히 문을 꼭 닫았습니다. 이번에는 유리창에 입김을 불면서 슥슥 손가락으로 문지르니, 자연스레 얼음 결정이 녹아 밖을 내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은 아주 많이 쌓여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뒷마당 우물가에는 아직 사람이 아무도 가지 않은 듯, 흡양 펌프에도 우물가에도 눈이 쌓여 있습니다. 우물가에 누가 잊고 두고 간 나무통만이 옆으로 쓰러져 있어서 그 안이 검게 보일 뿐, 다른 곳은 온통 새하얗습니다. (함경남도함흥공립심상고등소학교 제6학년 카토우 스미코의 「눈 내리는 아침」 중에서)
조선인 아버지들은 그보다도 훨씬 미약한(혹은 부정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그들은 편찮아서 걱정해야 하는 존재이거나, 술을 먹고 집에 돌아오지 않거나, 어릴 때 일본에 가서 기억에서 멀어졌거나, 버스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거나, 형에게 자식을 맡기거나, 부재중이거나, 아예 소식이 없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권위를 잃은 조선인 아버지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의 모습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