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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912561
· 쪽수 : 424쪽
책 소개
목차
나는 왜 쓰는가
교수형
코끼리를 쏘다
마라케시
부랑자 임시 수용소
가난한 이들은 어떻게 죽는가
두꺼비에 대한 단상
책과 담배
책방의 기억들
어느 서평가의 고백
소년 주간지
영국 살인 사건의 쇠퇴
영국 요리를 옹호하며
맛있는 차 한 잔
정치와 영어
좌든 우든 나의 조국
사자와 유니콘: 사회주의와 영국의 특질
P. G. 우드하우스를 변호하며
당신과 원자 폭탄
간디에 대한 단상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역자 해설: 명징한 언어로 써 내려간 공정한 사회 비판
조지 오웰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진정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상관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도 정치적 태도이다.
- 「나는 왜 쓰는가」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게으르고, 가장 밑바닥에 깔린 동기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책을 쓰는 것은 고통스럽고 기나긴 병치레와 같아서 끔찍하고 기진맥진한 싸움이다. 저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악마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한 이 악마는 아기가 관심을 끌려고 울부짖는 것과 똑같은 본능이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고 끊임없이 싸우지 않는 한 읽을 만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창유리와 같다. 나는 어떤 동기가 가장 강한지 단언할 수 없지만 어느 동기를 따라야 하는지는 안다. 내 작품들을 돌이켜 보면 항상 〈정치적〉 목적이 없을 때는 생명력 없는 글을 썼고 화려한 문단, 의미 없는 문장, 장식적인 형용사에 현혹되어 전체적으로 실없는 글이 되었다.
- 「나는 왜 쓰는가」
교수대까지 35미터 정도 남았다. 나는 앞서 걸어가는 죄수의 헐벗은 갈색 등을 쳐다보았다. 그는 팔을 묶인 채 무릎을 절대 펴지 않는 인도인 특유의 걸음걸이로 어설프지만 착실하게 걸었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근육이 깔끔하게 제자리를 찾아갔고, 짧게 깎은 머리카락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춤을 추었으며, 발이 젖은 자갈에 자기 형체를 새겼다. 한 번은 간수들에게 양쪽 어깨를 잡힌 채 옆으로 살짝 걸음을 옮겨 웅덩이를 피하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순간까지 건강하고 의식이 있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나는 죄수가 웅덩이를 피하려고 걸음을 살짝 옮기는 모습을 보고서야 한창때인 생명을 끊는다는 것의 수수께끼를, 이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잘못된 일임을 깨달았다.
- 「교수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