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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5531
· 쪽수 : 227쪽
· 출판일 : 2012-03-20
책 소개
목차
Antonin Artaud 앙토냉 아르토
Bond (James Bond) 본드
Clown 어릿광대
Disparu 사라진 사람
Enfant 아이
Flic 경찰
Gisant 누워 있는 사람
Hoffman (Dustin) 호프먼
Illumine 빛을 받은 자
Jesuite 예수회 수도사
Kabyle 카발리아 사람
Leaud (Jean-Pierre) 레오
Mouton noir 검은 양
Napoleon du grand Nord 북극의 나폴레옹
Obscur 어둠
Pirate 해적
Qualites (homme sans) 사회적 무자격자
Revenant 유령
SDF 주거 부정자
Traitre 배신자
Utopiste 낙원을 꿈꾸는 몽상가
Vide (maitre du) 공허의 지배자
W (un souvenir d'enfance) W(유년의 기억 하나)
Xavier 그자비에
Y
Zelig 젤리그
옮긴이의 말. 누군가가 되지 않을 권리
리뷰
책속에서
텅 빈 페이지 위로 그의 내면 무대에 출연하는 가면들, 갖가지 형상의 수많은 인문들, 탕아와 실연한 남자, 어릿광대와 해적, 경찰과 부랑자, 수도승과 난봉꾼, 지주와 거지, 현자와 바보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떠오르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속에 그는 없었다. 때때로 그는 자신의 초상을 그려 보았다. 자신의 특질들, 성과 이름, 생년월일, 직업, 특기 사항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그러다가 그는 돌연 멈추곤 했다. 그래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듯이. 그 자신을 그는 어디에 놓아두었던 걸까? 대체 그는 어디에 있었을까?
아버지가 숨을 거둘 때,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사람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는 자신의 사라짐을 기획해서, 가족에게서 자신을 빼앗은 상태였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는 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면 반드시 소리를 낮추곤 했다.
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었다. 간단히 말해, 그 자리에 그와 함께 있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피곤함과 신경질, 실내의 웅성거림 속에서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살아 있을 때보다 내가 자신을 더 사랑할 거라고, 그날 아버지는 아마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납처럼 무겁게 깔리는 흐릿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아버지는 우리를 묘지 입구까지 배웅했다. 무덤으로 향하는 그를 우리가 배웅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단 한순간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다정하게 아버지를 포옹함으로써 언짢은 기분으로 그를 대한 나를 용서했다. 아버지가 멀리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