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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32915852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아라라트 산, 1948년
1부 배우라, 말하지 말고
1장 런던, 1963년
2장 런던, 제2차 세계 대전
3장 런던, 1963년
4장 파리, 1941년
5장 파리, 1941년
6장 파리, 1941년
7장 쿠웨이트, 1963년
8장 아인 알 아브드, 1963년
9장 베를린, 1945년
10장 베를린, 1945년
2부 알라, 생각하지 말고
11장 베이루트, 1963년
12장 베이루트, 1963년 / 와바르, 1948년
13장 터키, 1948년
14장 아라라트 산, 1948년
15장 베이루트, 1963년
16장 베이루트, 1963년
3부 아라라트 산
17장 아라라트 산, 1963년
18장 아라라트 산, 1963년
에필로그_디클레어
모스크바, 1964년
발문
작가 노트
옮긴이의 말_세계 최대의 스파이 사건을 상상하다
책속에서
「널 위한 계획이라.」 시어도라가 계속해 말했다. 「지금 논쟁이 되는 부분들은 우리 계획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단다.」시어도라는 땅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걸었고, 손을 들어 헤일의 말을 미리 막았다. 「이 이상은 말해 줄 수 없겠구나. 넌 독일어를 읽고 말할 수 있고, 무선 기술 잡지를 구독했고, 공산당 모임에서 체포됐어. 그러니 장담컨대, 곧 어…… 포섭자가 접근해 올 거다. 그자에게 설득당했으면 좋겠다. 연기는 하지 마라. 영국이든, 뭐든 그쪽 계통의 것을 증오하는 척하지 말란 말이야. 그냥 진짜로 보일 만한 상태로 있어. 넌 정치에 무지한 젊은이고, 공산주의가 유행이라 공산주의에 끌렸을 뿐이고, 지금은 의도치 않은 경범죄로 경찰에 체포된 뒤 대학에서 쫓겨나기까지 해서 분개했을 뿐이야.」 시어도라는 헤일에게서 시선을 떼고 실눈으로 떠오르는 태양 쪽을 보았다. 「필시 넌 불법으로 이 나라를 떠나게 될 거야. 그 경우, 네 앞으로 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반역죄니 기타 등등으로 기소도 되겠지. 나중에 모두 기각되도록 손써 주마.」
「제가… 스파이가 되는 건가요?」 시어도라의 말뜻을 이해하고 스파이란 단어까지 생각해 내고 나니, 헤일은 너무나 지쳐 더 말하기도 힘들었고 그에 대한 판단도 내릴 수가 없었다. (1권 본문 77~78면)
카샤낙은 전율하고 있었고, 다가오는 회오리바람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지만, 손을 양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 양날로 된 특수부 대원용 단검을 꺼냈다. 헤일은 칼을 받아 얽혀 있는 밧줄을 45센티미터쯤 끊어 냈다. 그런 뒤, 떨리는 손가락을 재빨리 놀려, 남은 밧줄 끝에서 길게 실을 풀어냈다. 헤일은 그 실을 이용해 가로장과 칼자루 끝에 짧은 밧줄을 묶었다. 밧줄은 고리 모양이었다.
비록 고리가 단검 손잡이 때문에 양분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헤일은 앙크를 만들었다. 헤일은 엘레나가 자신의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성모송>을 읊는 것을 들었다. 스페인어였다. 헤일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라틴어로 <주기도문>의 몇 음절을 중얼거리려 애썼다. 이윽고 헤일은 단검의 날 아래쪽을 잡고 일어나 임시로 만든 앙크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헤일은 마치 자석의 저항력에 대항하듯, 공중으로 앙크를 밀어 올려야 했다.
한순간, 모든 생각과 정체성이 헤일의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고, 무릎에서 힘이 풀렸다. 헤일이 주저앉으려는데, 손에 쥔 앙크가 갑자기 위로 당겨졌다. 이윽고 강력하게 기습하던 초자연적 존재가 돌연 힘을 거두었다. 헤일은 다시 자신이 누구인지 느꼈다. 헤일은 뻔뻔하게도 감히 신 같은 존재의 앞에 선 아주 작고 지각력이 있는 철면피였다. (1권 본문 393~394면)
「멋지군.」 시어도라가 조용히 말했다. 「흠! 이 허드렛일만 끝나면 자네는 쿠웨이트 본거지로 돌아가게.」
「그거야 식은 죽 먹기죠.」 헤일이 말했다.
「난 이게 괜찮은 계획이라 보네.」 시어도라가 말했다. 「이 일만 성공하면, 디클레어 작전을 드디어 끝낼 수 있고, 자네는 SIS에 정말로 자리 잡을 수 있어. 도전적이고 새로운 전후 세계를 똑바로 마주 보라고. 괜히 그거….」 시어도라는 한 팔을 펼쳤다. 시어도라는 언제나 이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그거나 찾아 헤매며 돌아다니지 말고.」
「진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헤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헤일은 자신이 진의 관심 범위 안에서 마치 왕의 규를 휘두르듯 앙크를 움직이던 때를 떠올렸다. 또한 자신 앞에 절하는, 혹은 부서지는 천사들을 보고 느낀 경외와 전율을 생각했다. 오만에 의한 죄는 천사로서 짓는 죄다! 그리고 헤일은 와바르의 왕에게 어떤 비밀을 들을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구름 속의 궁전들…! (2권 본문 509~5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