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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4690102
· 쪽수 : 756쪽
책 소개
닐 게이먼이 기획한
최고의 판타지-호러-SF 앤솔러지
“어릴 적 나는 어른들만 보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였다.”
각지에서 모인 21세기 셰에라자드의 ‘이야기들’
경력도 분야도 다양한 작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청탁하며 두 사람이 주문했던 것은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발휘해줄 것’이었다. “판타지는 비방하는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현실을 밝혀주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하고, 가리기도 하고, 감추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실은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 알 사란토니오와 나는 그런 이야기를 요청했다.”(「서문」에서) 작가에 따라 도입하는 방식과 정도는 다르지만, 스물일곱 편 모두 비일상성과 판타지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는 작품들이다.
J. R. R. 톨킨과 로버트 E. 하워드의 유산을 물려받은 영미 작가들에게 판타지문학이란 허구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토양인 동시에 암묵적으로 약속된 세계관과 장르 법칙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초월적인 존재들이 인간세계에서 록 밴드 멤버로 살고 있다는 설정의 조안 해리스의 「맨해튼의 도깨비불」, 급진당원 모임에서 만난 매력적인 여성에 의해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주인공을 그린 월터 모슬리의 「주브널 닉스」 등이 그 전형을 따르며 장르적 쾌감을 자아내고,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 팀 파워스의 「평행선」은 오컬트물의 단골 소재인 위저보드를 비틀어 색다른 스릴을 선사한다. 이 앤솔러지를 통해 셜리 잭슨 상 단편소설 부문을 수상한 닐 게이먼의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배경을 모티프로 삼아, 황금이 가득하다고 전해지는 외딴섬의 동굴로 떠나는 여정에 조용한 반전이 섞인 복수극을 담아낸다.
평범한 일상에 닥쳐온 비극 혹은 무료함을 깨뜨리는 모험담에 판타지성을 끌고 들어온 작품도 있다. 베스트셀러 『마이 시스터즈 키퍼』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들을 보유한 조디 피코는 어린 딸을 병으로 잃은 젊은 부부의 소리 없는 변화 속에서 슬픔의 깊이를 가늠하는 「무게와 치수」로 짙은 여운을 남기고, 수록작 중 가장 긴 작품인 엘리자베스 핸드의 「매콜리의 벨레로폰 첫 비행」은 실제 상황인지 연출인지 모를 흐릿한 영상 속 비행기의 비행과 추락 장면을 재현하는 시도를 통해 떠난 이들을 애도하는 아름다운 서정성을 보여준다.
화려한 수상 경력과 함께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거장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받은 하드보일드 작가 로런스 블록은 히치하이킹에서 희생자를 물색하는 범죄자의 시선을 섬뜩하게 그려낸 「잡았다 풀어주기」를,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로 제작된 『파이트 클럽』으로 1990년대 후반 열광적인 지지자를 모았던 척 팔라닉은 TV 퀴즈 쇼 현장에서 펼쳐지는 또하나의 컬트 픽션 「패배자」를 실었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매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호러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화석 형상」은, 태어나기 전부터 서로 적대시한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인생을 더듬어가며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결말로 독자들을 이끈다.
그 외 현대적인 범죄 스릴러에 다층적인 상상력을 더한 스튜어트 오넌의 「실종자가 묻힌 자리」, 리처드 애덤스의 「칼」, 캐럴린 파크허스트의 「결혼 선물」, 제프리 디버의 「치료사」, 시공간을 누비며 SF적 상상력을 펼친 커트 앤더슨의 「스파이」, 진 울프의 「바람 속의 레이프」, 다이애나 윈 존스의 「서맨사의 일기」 등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독자들의 눈과 귀를 기다린다.
목차
서문 그래서 어떻게 됐어? 11
피 로디 도일 17
화석 형상 조이스 캐럴 오츠 35
맨해튼의 도깨비불 조안 해리스 59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 닐 게이먼 89
불신 마이클 마셜 스미스 131
별들이 떨어지고 있어 조 R. 랜스데일 145
주브널 닉스 월터 모슬리 189
칼 리처드 애덤스 237
무게와 치수 조디 피코 245
도깨비 호수 마이클 스완윅 271
영적 스승 맬런 피터 스트라우브 291
잡았다 풀어주기 로런스 블록 303
물방울무늬 드레스와 달빛 제프리 포드 325
패배자 척 팔라닉 347
서맨사의 일기 다이애나 윈 존스 361
실종자가 묻힌 자리 스튜어트 오넌 387
바람 속의 레이프 진 울프 397
결혼 선물 캐럴린 파크허스트 421
소설 속의 삶 캣 하워드 439
과거를 반복하다 조너선 캐럴 451
치료사 제프리 디버 473
평행선 팀 파워스 529
코 숭배 알 사란토니오 549
스파이 커트 앤더슨 565
이야기들 마이클 무어콕 595
매콜리의 벨레로폰 첫 비행 엘리자베스 핸드 635
계단 위의 악마 조 힐 719
작가 소개 751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의 관심은 무엇보다 이야기였다. 우리가 못내 아쉬워한 것, 가장 읽고 싶은 것은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그래서 도저히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물론 글솜씨도 중요했다(이왕이면 글을 잘 쓰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우리는 마법의 번개를 휘둘러 수천 번도 더 보았던 것을 마치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펼쳐 보이는 그런 이야기가 읽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이야기였다. (「서문」)
두 형제의 생일이 똑같다는 것은 확고한 사실이었다. 이들이 죽은 뒤에도 이 사실은 결코 변함이 없다. 1월 26일. 한겨울. 매년 이날이 되면 형제는 서로를 생생하게 떠올렸다. 상대방이 바로 옆이나 뒤에 있어서 숨결이 뺨에 와닿고 포옹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형은 살아 있어. 느낄 수 있어. 에드워드는 기대감에 몸을 떨었다. 녀석은 살아 있어. 느낄 수 있어. 에드거는 혐오감에 몸서리를 쳤다. (「화석 형상」)
“당신 말은 틀렸소.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이오. 그곳에 이르는 길은 딱 하나뿐이고 위험하고 힘겹기 짝이 없소. 잘못된 길을 고르면 죽게 되오. 산중턱에서 혼자.” (「진실은 검은 산의 동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