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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2910505
· 쪽수 : 366쪽
· 출판일 : 2010-04-10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제1장 가을 저택
제2장 되뇌어 지우기
제3장 완전한 추락
2권
제4장 전시에 일어난 일
제5장 통과의 조건
제6장 마지막 변환식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이언 M. 뱅크스 그리고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의 등장
리뷰
책속에서
일렌은 약 6미터 아래쪽, 가장 가깝고 멀쩡한 격벽에서 가느다란 엄니처럼 휘어지며 튀어나온 팔뚝 굵기의 돌출물 두 개에 엎드린 자세로 걸려 있었다. 일렌의 머리와 다리 한쪽, 팔 한쪽은 공중에 떠 있었다. 소매의 발광 패치가 옅은 청록색 빛을 뿜었다. 엄니 모양 돌출물 한 쌍의 부서진 끝 부분은 일렌의 옆구리 옆으로 겨우 몇 센티미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엄니 한쪽으로는 8~9미터 간격으로 더 많은 엄니 모양들이 허공을 할퀴는 깡마른 손가락처럼 격벽에서 삐죽이 나왔다. 다시 그 아래로 칼날 같은 냉각 핀들까지는 거리가 50미터에서 60미터는 되어 보였다.
[……]
「혹시 밧줄 있어?」 테인스가 물었다.
살이 고개를 저었다. 「아, 하느님 맙소사, 아, 젠장할. 없어. 음, 있어, 하지만 저 아래에 두고 왔어.」 살은 우주선 더 깊숙이로 고갯짓했다. 팔로 몸을 감싸고 재킷 옷깃을 올리는 품이 마치 추워서 몸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 「모…… 모듭을, 매듭을 풀 수가 없었어.」
「빌어먹을! 일렌이 움직이고 있어.」 테인스가 말하고는 고개를 구멍에 박고 외쳤다. 「일렌! 일렌, 움직이지 마! 내 말 들려? 움직이지 마! 내 말 들리면 그냥 대답만 해!」
- 1권
드웰러 눈에, 퀵으로 산다는 것, 즉 삶을 그토록 황급하게 살다간다는 것은 스스로 요절하겠다고 자초하는 짓이었다. 삶은 피할 수 없는 궤적을 따라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리며 흘러갔다. 진화, 발전, 진보. 모든 것은 지각력 있는 종족을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가는 데 공모하고 있었고, 삶의 당사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로지 그 길을 달려갈지 어슬렁거리며 갈지를 선택하는 것뿐이었다. 슬로는 여유를 가졌고, 은하의 주어진 규모와 자연적 한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우주에 순응하며 그 길을 갔다.
퀵은 지름길을 고집했고, 자신들의 광란적이고 성마른 의도에 맞추어 공간 자체를 구부리려고 단단히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퀵은 똑똑했기에 이런 쇠고집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엔 그로써 죽음만 더 앞당기고 말았다. 퀵은 빠르게 살고 더 빠르게 죽었으며, 갑작스럽고 영광스럽지만 빠르게 흐려지는 자취를 하늘에 남겼다. 드웰러는 다른 슬로 종족들처럼 오래 살길 원했고, 따라서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드웰러가 어째서 귀찮게 비밀스러운 웜홀 네트워크를 만들었겠는가는 그걸 어떻게 수억 년 동안이나 비밀로 할 수 있었는가만큼이나 수수께끼였다. 각 드웰러 사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어느 정도 명백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 1권
--- 발세어가 전에 퀵을 무엇에 비유했소? 괜찮다면 좀 자세히 말해 주시구려.
--- 왜 그러시죠?
이 나이 든 드웰러는 잠시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으나 이윽고 다시 신호를 보냈다.
--- 짐작하실 텐데, 작은 이여. 아니라면 그냥 내가 부탁하는 대로 해주오. 늙은 드웰러에게 좋은 일 한다 셈 치고 말이오.
파신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대답을 했다.
--- 구름입니다. 우리 세계 중 하나의 위에 떠 있는 구름입니다. 우리는 오고, 갑니다. 우리는 저 아래 풍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정한 바위에 비하면 그저 증기일 뿐입니다. 바위는 보기엔 영원히 존재하고, 그날의 구름 혹은 그 계절의 구름이 오래전 사라지고 한참이 흘러도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구름이 항상 그곳에 있을 것이고,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계절과 그다음 해에도, 산들이 있는 동안, 그리고 바람과 비가 조만간 산을 닳게 하는 동안에도 구름은 있습니다.
-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