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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606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3-03-1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욕실을 절반쯤 가리고 있는 문 쪽으로 다가가 내가 본 것은, 마치 토를 하는 것처럼 세면대에 몸을 숙이고 있는 마틸지였다. (……) 그녀는 퉁명스럽게 오을 고쳐 입더니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나를 그대로 지나쳐 나갔다. 세면대 주위에는 모유 방울들이 흩어져 있었고 공기에는 모유 냄새가 배어 있었다. 네 어머니의 옷도 모유로 얼룩져 있었다. 네게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너무 놀라지는 마라. 내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인 건 아니니까.
유모부터 식료품 가게의 포르투갈 사람까지, 모든 이들이 정신이 좀 이상해진 네 어머니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별다른 짐도 없이 떠나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품의 아이를, 그러니까 아직 안고 다녀야 할 어린애를 버렸다는 것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남편을 버릴 수 있는 여자는 없었다. 꽁무니를 뺄 시점이 오면 그렇게 하기도 하고, 남편을 다른 남자로 바꾸기도 한다. 옷장을 바꿀 때 낡은 옷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 생긴 애인과 여기에서 생긴 아들이 함께 허리를 잡아끌지 않는다면 어떤 어머니도 자기 아들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네 어머니가 도망 갔을 대 혹시 임신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배불뚝이 장모의 입에서 마틸지가 친딸이 아니라 연방의원이 바히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얻은 아이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어머니는 곧바로 언제나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하며 그한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고, 그 음흉한 인간은 그곳에서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잠시 후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북부 사람들이란. 나를 위해선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틸지의 어머니가 부정한 아버지로부터 적극적으로 딸을 보호하지 않은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