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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른 모유

엎지른 모유

시쿠 부아르키 (지은이), 남진희 (옮긴이)
열린책들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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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른 모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엎지른 모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606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3-03-10

책 소개

브라질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국민 가수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시쿠 부아르키는 2003년에 펴낸 소설 <부다페스트>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고 불리는 자부치상을 수상했고, <엎지른 모유>로 자부치상,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소개

시쿠 부아르키 (지은이)    정보 더보기
“밥 딜런과 이언 매큐언이 한 사람이라고 상상해봐라. 그게 바로 시쿠 부아르키다”라는 평을 받는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거장이자 평단의 찬사를 받는 소설가.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60여장의 음반을 발표한 부아르키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서정적인 가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와 같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데는 브라질의 아픈 현대사를 함께해온 이력도 한몫을 한다. 군부 독재에 강력하게 저항했던 그는 실존주의 극본을 썼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10만여 장이 판매된 브라질 민주주의 운동의 대표 음반을 폐기당하기도 했다. 결국 1970년 이탈리아로 망명했고 19개월 뒤 고국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문학을 공부하며 독특한 기법의 소설과 극본, 시 등을 꾸준히 써온 부아르키는 망명 이후 첫 번째 소설을 출간한 뒤 글쓰기에 더욱 매진했다. 그리고 2003년 소설 《부다페스트》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 불리는 자부치상을 받은 뒤, 2009년 《엎지른 모유》로 두 번째 자부치상과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현대 포르투갈어 문학계에서 손꼽히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부다페스트》는 그의 음악을 사랑해온 루시드폴의 제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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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욕실을 절반쯤 가리고 있는 문 쪽으로 다가가 내가 본 것은, 마치 토를 하는 것처럼 세면대에 몸을 숙이고 있는 마틸지였다. (……) 그녀는 퉁명스럽게 오을 고쳐 입더니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나를 그대로 지나쳐 나갔다. 세면대 주위에는 모유 방울들이 흩어져 있었고 공기에는 모유 냄새가 배어 있었다. 네 어머니의 옷도 모유로 얼룩져 있었다. 네게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너무 놀라지는 마라. 내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인 건 아니니까.


유모부터 식료품 가게의 포르투갈 사람까지, 모든 이들이 정신이 좀 이상해진 네 어머니가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별다른 짐도 없이 떠나 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품의 아이를, 그러니까 아직 안고 다녀야 할 어린애를 버렸다는 것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남편을 버릴 수 있는 여자는 없었다. 꽁무니를 뺄 시점이 오면 그렇게 하기도 하고, 남편을 다른 남자로 바꾸기도 한다. 옷장을 바꿀 때 낡은 옷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 생긴 애인과 여기에서 생긴 아들이 함께 허리를 잡아끌지 않는다면 어떤 어머니도 자기 아들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네 어머니가 도망 갔을 대 혹시 임신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배불뚝이 장모의 입에서 마틸지가 친딸이 아니라 연방의원이 바히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 얻은 아이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어머니는 곧바로 언제나 무거운 주제만을 다루던 아버지의 서재에서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하며 그한테 다른 여자가 있을 거라고, 그 음흉한 인간은 그곳에서 또 다른 가정을 꾸리고 있을 거라고 했다. 잠시 후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북부 사람들이란. 나를 위해선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허풍에 지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틸지의 어머니가 부정한 아버지로부터 적극적으로 딸을 보호하지 않은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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