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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6965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5-01-3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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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삼바가 바다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바다는 푸르지 않고 검었다. 그는 말리에서 세네갈로 이어지는 긴 버스 여행 끝에 그곳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가 도로의 무법자들과 씨름하는 동안, 부르릉대는 모터 소리 속에서 앞차가 일으킨 먼지구름과 어둠 속에서 춤을 추는 붉은색 미등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비닐을 씌운 의자 등받이에 기대 이리저리 흔들려 가며, 잠시라도 눈을 붙여 보려고 애써 가며 몇 시간 동안 먼 길을 달려왔다. 여행을 하는 내내 그는 귓속까지 파고드는 모래와 싸워야 했다. 천을 두르기는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유리창을 통해 마치 약을 올리듯 휘파람 소리를 내며 들이치는 먼지를 얼굴 가득 뒤집어쓴 채,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는 텅 빈 상태로 어두운 바다와 시커먼 하늘이 뒤섞이는 대서양의 그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다시 혼자가 됐다. 머나먼 타향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마을로 가서 숨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같은 사람들을 가득 태운 트럭이 지나갔고, 그는 그 트럭에 올랐다. 그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결국 그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에스파냐로 건너갔다. 여행을 하는 내내, 삼바는 조제프를 생각했다. 가끔, 그의 실루엣을 얼핏 본 것 같아 소스라치기도 했다. 어쩌면 조제프는 등에 총을 맞고 죽었는지도 몰랐다. 탈출에 성공했거나 감방으로 도로 돌아갔을지도. 가끔 그는 조제프가 다른 날, 다른 배를 타고, 다른 국경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데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에게 열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면, 그는 틀림없이 그것을 움켜쥐었을 것이다. 이 땅으로 건너오기 위해 한때 친구였던 사람의 목숨이 대가로 바쳐졌다. 삼바는 여러 해 동안 그 사실을 잊으려고 애썼다.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조제프와 대양이 그를 찾아와 괴롭혔다.
「체류증 발급을 신청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삼바가 말했다. 사내가 짜증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의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당신은 의무적으로 프랑스 영토를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전 아무것도 못 받은걸요. 제가 사는 건물에는 아파트 수보다 우편함 수가 적어서 우편배달부가 찾지를 못하고….」 「그건 판사한테나 가서 얘기해요. 내가 당신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건 당신이 프랑스 영토를 떠나야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뿐이니까. 그래서 심문을 했던 거고. 당신은 추방될 겁니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이해할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