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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3291707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5-04-15
책 소개
목차
행복한 왕자와 그 밖의 이야기들
행복한 왕자
나이팅게일과 장미
저만 알던 거인
헌신적인 친구
특출한 로켓 불꽃
석류의 집
어린 왕
공주님의 생일
어부와 그의 영혼
별 아이
옮긴이의 말 | 동화 속에 남긴 영혼의 발자국
오스카 와일드 연보
리뷰
책속에서
갑자기 날카롭고 메마른 기침 소리가 들려와서, 모두들 돌아보았습니다.
그 소리는 아주 키가 크고 거만해 보이는 로켓 불꽃이 낸 것이었습니다. 그는 긴 막대기 끝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주의를 끌려고 노상 헛기침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에헴! 에헴!」 그가 헛기침을 하자 가엾은 캐서린 회전 불꽃 말고는 모두가 귀를 기울였습니다. 회전 불꽃은 여전히 고개를 흔들며 <로맨스는 죽었어>라고 중얼대고 있었습니다.
「정숙! 정숙!」 딱총 불꽃이 외쳤습니다. 그는 다소 정치가다운 데가 있어서, 지방 선거 때면 항상 중요한 역할을 맡곤 했습니다. 그래서 의회에서 쓰는 말들을 제법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죽었다니까.」 캐서린 회전 불꽃은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뇌까리더니 잠들어 버렸습니다.
사방이 완전히 조용해지자, 로켓 불꽃은 세 번째로 헛기침을 하고는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주 느리고 분명하게, 마치 회상록을 받아쓰게 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자기가 말하는 상대의 어깨 너머를 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의 그런 태도에는 상당한 위엄이 있었습니다.
「왕자님은 참 행운아야.」 그는 말했습니다. 「내가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바로 오늘 결혼을 하시다니 말이야! 사실 미리 예정을 잡았다 해도,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는 없었을 거야. 하기야 왕자들은 늘 행운아지만.」
-「특출한 로켓 불꽃」
어린 왕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은 것만 같았고, 입술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흑인들은 서로 한참 지껄이더니, 반짝이는 구슬 목걸이 하나를 놓고 말다툼을 시작했습니다. 황새 두 마리가 배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에서 나온 어린 노예가 가져온 진주는 호르무즈의 모든 진주들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그것은 보름달 모양이었고, 새벽별보다 더 새하ㅤㅇㅒㅆ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창백했고, 갑판 위에 쓰러지자 그의 귀와 콧구멍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는 잠시 부르르 떨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흑인들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시체를 배 밖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러자 갤리선의 두목은 소리 내어 웃으면서 그 큰 진주를 집어 들고는 이마에 가져다 대며 절을 했습니다. 「이 진주는 어린 왕의 왕홀을 위한 것이다.」 그러고는 흑인들에게 닻을 올리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그 말에 어린 왕은 큰 비명을 질렀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창밖에는 새벽의 긴 잿빛 손가락들이 시들어 가는 별들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습니다.
- 「어린 왕」
그러자 그의 안에 있던 영혼이 그를 부르며 말했습니다.
「이것 봐! 난 지금까지 네 안에 살면서 너를 섬겼어. 이제 와서 날 떠나보내지 말아 줘. 내가 네게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이야?」
그러자 젊은 어부는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네가 내게 잘못을 했다는 게 아니야. 내가 너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뿐이지.」 그는 대답했습니다. 「세상은 아주 넓어. 천국도 지옥도 있고, 그 중간에 어슴푸레 그늘진 나라도 있지. 그러니 가고 싶은 데로 가고, 날 귀찮게 하지 마. 내 사랑이 나를 부르고 있으니 말이야.」
그의 영혼은 애처롭게 간청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들염소처럼 힘찬 걸음으로 바위와 바위를 건너뛰었고, 마침내 산을 내려와 바닷가 모래밭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그리스의 조각과도 같이 구릿빛 팔다리에 건장한 체격으로, 그는 모래밭 위에서 달을 등지고 섰습니다. 그러자 물거품 속에서 하얀 팔들이 다가오며 그에게 손짓했고, 파도 속에 솟구치는 희미한 형체들이 그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그의 그림자가, 그러니까 그의 영혼의 몸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의 뒤에는 꿀빛 하늘에 달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의 영혼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정말 나를 내쫓아야겠거든, 마음 없이 보내진 말아 줘. 비정한 세상에 나와 함께 갈 수 있도록 네 마음을 내게 줘.」
그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습니다. 「내 마음을 네게 주어 버리면, 난 무엇으로 내 연인을 사랑하지?」
「하지만 자비를 베풀어 줘.」 그의 영혼은 말했습니다. 「네 마음을 내게 줘. 세상은 너무나도 비정해서, 난 두려워.」
「내 마음은 내 사랑의 것이야.」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러니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가.」
-「어부와 그의 영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