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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7757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6-07-2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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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나도 예전에는 잘 날아다녔단다. 하지만 지금은 날 수가 없구나. 옛날에, 그러니까 너희 달팽이들이 이 들판에 살기 훨씬 전에는 나무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지. 너도밤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호두나무, 참나무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였어. 그때만 해도 모든 나무들이 다 내 집이나 마찬가지였단다. 밤마다 나무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녔지. 사라져 버린 나무들에 대한 추억이 쌓이면서 몸이 너무 무거워지는 바람에 이젠 날 수조차 없구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까지 네가 본 것, 쓴맛이든 단맛이든 네가 여태껏 맛본 것, 그리고 비와 햇빛, 추위와 밤, 그 모든 것들이 너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무거울 수밖에. 그 무게를 다 감당하기는 아직 네가 어리기 때문에 몸이 느린 거란다.」
「이렇게 느려 터져서 뭘 한단 말이에요?」 달팽이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렸어.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해줄 말이 없구나. 그 대답은 너 스스로 찾아야만 해.」
껍질 안은 칠흑처럼 깜깜했어. 그 좁은 공간 속에 몸을 다 밀어 넣다 보니 그의 목과 머리, 그리고 더듬이와 눈이 하나로 뒤엉켜 껍질과 똑같은 모양이 되었지. 하지만 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어.
든든한 납매나무와 친구들을 떠난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목소리 ─ 분명 자기 목소리는 아닌데 ─ 가 그의 귓전에 계속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거야. <달팽이들이 느린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네 이름, 그러니까 너만이 갖는 이름은 너라는 존재를 특별하고 분명하게 만들어 줄 테고. 생각해 봐!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