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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34907138
· 쪽수 : 380쪽
책 소개
책속에서
“다 괜찮죠, 그렇죠? 아무도…….”
더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침에 얘기하자.”
알든이 소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니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셔야 해요. 전 도저히…….”
목에 뭐가 걸린 것 같아 숨이 막혔다.
“누군가 다쳤다면 저도 알아야 해요.”
알든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말을 돌렸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넌 먼저 쉬어야 해.”
“제가 잠을 못 이룰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피츠가 말했다.
“아빠 말씀이 맞아.”
알든은 천 살은 되어 보이는 얼굴로 둘 사이에 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말이 주위의 공기를 삼켜 버린 것 같았다.
오거의 왕.
소피는 천천히 생각했지만 더 이상 머리가 돌지 않았다.
오거 왕은 왕다운 차림새가 아니었다. 적어도 엘프 기준으로는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인간 기준으로도 아니었다.
오거 왕이 입은 유일한 옷은 리벳이 박힌 강철 속옷처럼 보였고, 몸은 엄청난 양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털 없는 고릴라 같았으며, 피부를 보면 비바람에 씻긴 대리석이 떠올랐다. 오거 왕은 무기도 경호원도 없이 도착했다. 축 늘어진 귓불 한가운데에 큼직한 노란색 보석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왕관이나 홀, 인장 반지도 착용하지 않았다. 대머리에는 검은색 무늬가 구불구불 그려져 있는데 딱히 왕다운 위엄은 없고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이자는 무서운 놈이다!
알리너 의원은 돌아서서 멀리 있는 이터널리아의 폐허를 가리켰다.
“저에게 주어진 이 직무가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의 결과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시해서도 안 되지요. 제가 다스리는 시간이 우리가 잃은 것을 기념하고 우리가 되찾을 것에 대한 증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알리너 의원은 다시 군중 쪽으로 몸을 돌려 잠시 말을 멈추고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앞에 선 군중의 얼굴을 보았다.
“정의와 변화를 요구하는 여러분의 외침이 들립니다. 그리고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저는 압니다. 하지만 제가 앞에 놓인 긴 여정을 용감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음을 여러분도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