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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4937074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0-01-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12
제1부 | 죽음…14
제2부 | 수의 제국…62
제3부 | 추적…92
제4부 | 잃어버린 진리…128
제5부 | 닿을 수 없는 나라…168
제6부 | 악의 수…202
제7부 | 봉인된 천 년…232
제8부 | 전쟁…282
에필로그…290
그 밖의 사실들…292
작가의 말…194
참고 문헌…29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점 하나, 선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오직 기억에 의지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곳에 그려져 있을, 보이지 않는 도형을 노려보았다. 그것을 처음 그려 넣던 날의 흥분이 또다시 열병처럼 끓어올랐다. 한때는 그에게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전율을 선사한 그 도형이 지금은 벼랑 끝까지 몰려 살기 위해 발톱을 세우며 짖어대고 있었다. 그렇다, 도형을 남겨야 했다. 눈 밝은 누군가 발견해줄 때까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곳.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 왜곡당하거나 영원히 침묵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곳. 그는 등을 대고 누워 침상 아래의 좁은 공간으로 기어들어갔다. 땀으로 범벅된 등에 닿는 돌바닥의 냉기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손가락 마디 하나의 길이가 얼마였더라. 왼손으로 길이를 가늠하면서, 대리석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비뚜름한 사선 하나를 새겼다. 대리석과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리자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긴장한 탓에 팔이 침상 귀퉁이에 세게 부딪혔다. 튀어나오는 신음을 삼키자 겨드랑이와 팔죽지에 땀이 솟구쳤다. 시간이 없었다.
"수 체계에 몰입하다보니 바빌로니아 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진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60진법입니다. 만약 그 진법을 지금의 수 체계로 환원시킬 수만 있다면 마름모 문양에 새겨진 설형문자를 완전히 해독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그때야 비로소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직각삼각형의 정리를 증명을 통해 이론화시킨 것인지, 아니면 어쩌다 발견한 삼각형 하나의 길이만을 취하여 추정한 것인지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히파소스, 저자가 거기까지 도달했구나. 그렇다면 오류로 남아 있는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를 바로잡아 완성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텐데. 미완의 이론을 발표한 채 언제까지나 노심초사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기는 일렀다.
"만약 직각삼각형에 관한 내 정리가 바빌로니아 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학설이었다면 어떻게 할 텐가?"
눈을 가늘게 뜬 현자의 목소리는 은밀했다. 히파소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현재 헬라스 전역은 물론, 이오니아 연안에서 스승님은 누구도 범접치 못할 위치에 계십니다. 땅속 깊이 미라로 묻혀 있는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천 년의 침묵에서 깨어나 세 치 혀뿌리가 돋아나지 않는 이상, 스승님의 지극한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