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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34945888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9 / 1절, 말리의 유령 · 11 / 2절, 첫 번째 유령 · 57 / 3절, 두 번째 유령 · 97 / 4절, 마지막 유령 · 149 / 5절, 마지막 이야기 · 185
책속에서
아무튼 스크루지는 맷돌 손잡이를 움켜쥔 손아귀처럼 악착같은 짠돌이 중 짠돌이였다. 스크루지! 쥐어짜고, 비틀고, 움켜쥐고, 긁어모으고, 한번 잡으면 절대 놓지 않는 탐욕스럽고 죄 많은 늙은이! 어떤 쇠붙이로도 작은 불꽃 하나 못 일으키는 부싯돌처럼 모질고 냉정했으며, 꽉 다문 굴 딱지처럼 음험하고 고독했다. 내면에 가득한 냉기는 늙은 얼굴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뾰족한 코는 더 뾰족해지고, 뺨은 쪼글쪼글 오그라지고, 걸음걸이는 뻣뻣해지고, 벌겋게 충혈된 눈과 검푸른 입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는 심술궂어 보이게 했다. 머리와 눈썹, 철사처럼 뾰족한 턱에는 희끗하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스크루지는 언제나 침울한 기운을 퍼뜨리면서 삼복더위에도 사무실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크리스마스 때조차 단 1도라도 온기로 녹여 주는 법이 없었다.
바깥이 덥든 춥든 스크루지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어떤 온기도 따뜻하게 해 주지 못했고, 어떤 한기도 춥게 만들지 못했다. 쌩쌩 부는 바람도 스크루지보다 매몰차지 않았고, 펑펑 내리는 눈도 스크루지만큼 집요하지 않았으며, 억수같이 내리는 비도 스크루지에 비하면 자비로웠다. 아무리 모진 날씨라도 스크루지를 당해 낼 수 없었다. 폭우와 폭설, 우박, 진눈깨비는 오직 한 가지 면에서만 그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었다. 스크루지와는 달리 종종 ‘후하게 내린다’는 것.
“잘 듣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끝나 가고 있네.”
유령이 소리쳤다.
“알겠네. 하지만 모진 말은 하지 말아 주게. 듣기 좋은 말로 꾸미지도 말고. 제이콥, 부탁이네!”
“내가 어떻게 자네가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이야기해 줄 수는 없네. 사실 그동안에도 나는 보이지 않는 채로 자네 옆에 앉아 있었지.”
그다지 유쾌한 말은 아니었다. 스크루지는 벌벌 떨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그것 역시 속죄를 위한 가볍지 않은 벌이야. 오늘 밤 내가 여기 온 건 자네에게 일러 주기 위해서라네. 자네에게는 아직 나와 같은 운명을 벗어날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말이야. 내가 어렵게 마련한 기회와 희망이네, 에버니저.”
“자네는 언제나 좋은 친구였지. 고맙네!”
“자네에게 세 유령이 찾아올 걸세.”
“그게 자네가 말한 기회이자 희망이란 말인가, 제이콥?”
유령만큼 안색이 침울해진 스크루지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그렇다네.”
“나, 나는 그런 유령들을 안 만났으면 하는데…….”
“그 유령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자네는 내가 걸었던 길을 피할 수 없어. 내일 새벽 종소리가 한 시를 알리면 첫 번째 유령이 나타날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