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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91164052073
· 쪽수 : 616쪽
· 출판일 : 2023-07-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유리 천장과 깨진 유리 | 1970년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
힐러리 로댐과 그녀 세대의 학교교육 | 우리가 직면한 문화적 혼돈 |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기
1부 흔들리는 1950년대
1장 20세기 중반의 성별 분화
실비아 플라스의 종이 인형 | 그와 그녀의 시간 | 해부학적 몸과 운명
2장 인종, 반항, 반발
페미니스트 비트족 다이앤 디프리마 | 궨덜린 브룩스의 브론즈빌 |
로레인 핸스베리의 투지 넘치는 무대 | 오드리 로드의 레즈비언 자전신화 |
존 디디온의 <보그> 대 베티 프리단의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
2부 폭발하는 1960년대
3장 분노에 찬 세 목소리
날아오르는 「에어리얼」, 절망에 빠진 플라스 |
문화의 며느리 에이드리언 리치 | 디바 니나 시몬
4장 성 혁명과 베트남전쟁
뉴욕에서의 섹스: 글로리아 스타이넘 대 헬렌 걸리 브라운 |
수전 손택, 존 디디온,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 여성 평화 시위 |
밸러리 솔라너스와 제2물결 페미니즘의 대두
3부 깨어난 1970년대
5장 가부장제에 저항하다
시금석이 된 케이트 밀릿의 책 | 페미니스트 철학자로서의 수전 손택 |
‘우먼하우스’의 베스트셀러들: 토니 모리슨에서 매릴린 프렌치까지 |
1950년대에 대한 플라스의 전기 충격 같은 반응
6장 사변 시, 사변 소설
에이드리언 리치의 변신 |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
앨리스 셸던/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 조애나 러스의 남성 혐오 |
어슐러 르 귄의 양성성
7장 자매들, 연결과 상처
<미즈>의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앨리스 워커 |
오드리 로드, ‘주인의 집’을 무너뜨리다 | 맥신 홍 킹스턴의 귀신과 전사 | 디너 파티
4부 페미니즘을 다시 쓴 1980년대와 1990년대
8장 정체성 정치
앤드리아 드워킨과 섹스 전쟁 | 글로리아 안살두아의 메스티사 의식 |
에이드리언 리치의 유대주의 | 토니 모리슨의 교차성
9장 상아탑 벽장의 안과 밖
문화 전쟁 | 이브 코소프스키 세지윅과 주디스 버틀러의 퀴어 이론 |
앤 카슨의 사랑과 상실의 시학 | 포스트모더니즘/트랜스섹슈얼리즘 |
누가 페미니즘의 주인인가?
5부 후퇴와 부활의 21세기
10장 구세대와 신세대
뉴 밀레니엄 | 앨리슨 벡델의 문학적 계보 | 『당신 엄마 맞아?』 |
이브 엔슬러의 V-데이 | 트랜스젠더의 가시화: 수전 스트라이커에서 매기 넬슨까지
11장 부활
클로디아 랭킨, 흑인의 목숨을 소중하게 만들다 | N. 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
퍼트리샤 록우드, 교회와 가족 로맨스를 조롱하다 |
헤드라인을 장식한 페미니즘: 리베카 솔닛에서 비욘세까지 | 계속해서 뒤흔들기
에필로그 흰색 정장, 깨진 유리창
감사의 말
주
옮긴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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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프롤로그」 중에서
항의 행진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글을 쓴다. 우리의 많은 친구들이 2017년 1월 21일에 열릴 여성 행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 몸의 문제 때문에 직접적인 시위 참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워싱턴 DC와 전 세계 도시에서 열리게 될 대규모 항의 시위 일주일 전에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는 이 책을 함께 집필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분위기에 깃든 열정은 치열했던 1970년대의 페미니즘 운동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성인 여성들과 소녀들, 때로는 그 주변의 성인 남성들과 소년들의 변혁적이고 정치적인 자각이 일으킨 강력한 사회적 봉기를. 영화 평론가 몰리 해스컬은 당시의 흥분을 이렇게 포착했다. “우리는 과거를 거부했고 속박을 거부했고 우리의 어머니들이 살아온 방식을 거부했다. 마치 그동안 육지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던 종족이 절벽을 기어 올라가 난생 처음 광활한 바다를 본 것 같았다. (…) 모든 일이 가능했다.”
물론 2017년 1월 상황은 달랐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출중한 자격을 갖추고 출마한 여성 대통령 후보자가 상스러운 데다 철저히 부적격자인 남성에게 패배하는 일)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시위가 확실히 페미니즘에 힘입어 일어났다. 1970년대의 여성해방운동이 그토록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선거 결과가 그토록 기막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며, 항의 시위가 그토록 다급하게 필요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거대한 항의의 물결이 1970년대의 격앙된 시위운동처럼 보이긴 했지만, 이 반대운동이 다름 아닌 절망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도 곧바로 명백해졌다. 1970년대의 시위 행진자들이 멋진 신세계를 향해 나아간다고 느꼈다면, 2017년의 고소인들은 타락한 세계, 유아적이면서 악마적이고 타락한 인물이 지배하는 세계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 위해 대표적 여성들(시인, 소설가, 극작가, 가수, 저널리스트, 이론가 등)을 선별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이들은 여성운동의 표준적 주체가 백인, 중산층, 엘리트 여성이라고 보는 시각을 전복시킨 이들이었다. 또 우리는 우리의 다른 저서들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다국적 여성 작가들의 관계에 집중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북미 지역의 여성 작가들에게만 집중하기로 했다. 토종 미국인 대통령의 선출이 준 충격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나라의 페미니즘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단,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국경 덕분에 몇몇 캐나다 작가들도 미국의 독서 대중에게 특별히 중요해졌다는 점을 덧붙여둔다.
분명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작가들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다만 우리는 (19세기의 위대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소저너 트루스의 말처럼) 세상이 요동칠 때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독려해주는 듯한 작가들을 불러들였다. 우리는 그 저명한 여성들이 출간한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애에도 끌렸다. 그들의 삶이 그 자신들이 피와 살을 지닌 현실 세계의 여성으로서 개인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삼을 때 직면했던 문제들을 극화하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페미니즘의 과거에 대해서는 잘못된 설명이 많았고 조롱 비슷한 대접도 받았으며 어쩌면 지나친 일반화까지도 행해진 것 같다. 우리는 그런 식의 동질화를 모색하지 않고, 여성운동이 우리의 현재에 준 기회뿐만 아니라 한층 더 해방된 미래에 기여하게 될 역할에 찬사를 보내려고 한다.
계속해서 경합 중인 여성들의 논쟁 가운데 하나는 과연 그동안 얼마나 많은 페미니즘의 ‘물결’들이 있었나 하는 문제를 맴돈다. 어떤 사람은 세 번의 물결이 있었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들이 마주했던 문제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창안한 전략들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 20년 내내 끊임없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첫 여성운동 물결의 국면을 1848년 세니커폴스 집회부터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1920년 제19차 헌법 개정안 시점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1960년대부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2의 물결을 떠올릴 수 있다. 혼란스럽고 소란하고 대단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인 물결을. 우리는 이런 시각을 견지하면서 우리 모두 여전히 그 물결의 한가운데 있다고, 세상이 요동치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마음에 새긴다.
미래로 전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경합하고 뒤흔들고 지지해야 한다. 소저너 트루스의 경고대로, “그저 조용해질 때까지 맥없이 기다리고만 있으면 다시 시작하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했을 때 “여든 살도 더 된” 나이였던 소저너 트루스는 자신이 “살아 있는 이유가 아직도 뭔가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쇠사슬을 끊어내는 일에서 아직도 도움을 줄 게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우리 두 사람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이 책은 195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반란이 시작된 태동기부터 196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항쟁 시기,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페미니스트 사상가들과 예술가들의 각성에 이르기까지 시대 순으로 진행된다. 세기가 바뀔 즈음, 페미니즘 내부의 많은 논쟁들은 내분에 가까운 다툼으로 악화될 조짐이 보였다. 『시녀 이야기』 결말에 나오는 먼 미래에서처럼 1990년대 페미니스트들은 이따금 갈채를 노리는 연기를 하거나 드잡이에 휘말려 맞붙어 싸우는 듯했다. 그러나 이 책은 페미니즘의 쇠퇴와 몰락을 다룬 역사가 아니며, 그런 일과 관련된 페미니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역사도 아니다. 물론 오늘날 우리가 목격 중인 부활에 관해 희망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보다 이 책은 수 세대에 걸쳐 여성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문화적 변혁의 비전을 형성하기 위해 자기 삶의 수수께끼를 타진해왔는지 따져보는 이야기다.
후세대 페미니스트들처럼, 우리의 앞 세대 페미니스트들과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들은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 싸우고 서로에게 제약을 가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집요하게 버텨나갔다. 이들이 용케도 멈추지 않고 어떻게 계속 나아갔는지를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시대의 미소지니가 충격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국면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함께 저 벽장에 쓰인 글귀를 읽을 수 있다.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절대 짓밟히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