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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4975960
· 쪽수 : 304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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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방정식에서 미지수를 알아내는 법을 배우고, 등거리 직선을 긋는 법을 배우고, 공리를 증명하는 법을 배우지만 진짜 인생에서는 제출할 것도, 계산할 것도, 구해야 할 것도 없다. 아기들의 죽음이 그렇다. 너무너무 슬프지만 그다음은 그걸로 끝이다. 아주 큰 슬픔은 물에 녹지 않고 공기 중에 퍼지지도 않는다. 어떻게 해도 완강하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성분처럼.
노는 ‘네’ 혹은 ‘아니요’로만 대답하고, 무슨 제안을 하든지 거의 다 받아들이며, 내가 보고 있을 때가 아니면 항상 눈을 내리깐다. 한번은 그 애의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그 애가 문득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둘은 함께인 거야?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함께라는 것, 나는 노에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잘은 몰랐다. 노는 자주 나한테 물어본다. 루, 우리는 함께인 거지? 이제 나는 알겠다. 그건 이제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한다는 뜻, 말이 필요치 않은 일종의 묵계다.
난 이런 것이 ‘사정’이려니 생각했다. 우리가 아무 손도 쓰지 못하는 사정. 인간은 6백 미터 높이의 마천루를 세우고, 해저호텔을 짓고, 종려나무 모양의 인공섬을 만들 수 있다. 유기적, 비유기적 대기오염물질들을 알아서 흡착하는 ‘인공지능’ 건축 자재도 만들어낼 수 있고,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청소기나 사람이 집에 들어오면 저절로 켜지는 조명등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외곽순환고속도로 길가에서 살아가도록 내려버려둘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