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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4999959
· 쪽수 : 150쪽
책 소개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 4
1장 계란탕 … 8
2장 청어 젓갈 … 32
3장 석류탕 … 53
4장 붕어찜, 대구껍질 느르미 … 73
5장 달빛으로 지은 밥 … 88
6장 화전 … 103
7장 함께 먹는 한 끼의 따뜻한 밥 … 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둑을 야단치는 대신 도리어 자신을 책망하는 노부인의 모습에서 이름 하나가 크고 가벼운 구름처럼 둥실 떠오른다. 계향. 계수나무 계(桂) 자에 향기 향(香) 자. 지난밤에 나를 꿈꾸었다던, 계란을 훔쳐서 먹은 사건으로 나를 오래 기억하고 있는 노부인의 이름이다. 노부인의 말을 신뢰한다면 아마도 나는 노부인의 여종이었을 터. 그런데 나는 어떻게 계향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아이는 밥 한 숟가락을 퍼서 입에 넣은 후 곧바로 청어 젓갈을 집는다. 감정을 속일 줄 모르는 아이의 동작엔 머뭇거림이 없다. 상일보다 훨씬 더 경쾌하다. 한 아이에겐 그 아이만의 세계가 있다. 그래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는 밥과 젓갈을 씹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휘파람을 불 것 같은 즐거운 얼굴로 곧바로 청어 젓갈을 집어 다시 입에 넣는다.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시도 쓰세요. 음식을 만드는 이가 시를 쓰면 안 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어요. 시 쓰던 손으로 음식을 만들면 음식이 상하기라도 한답니까?”
여인의 말은 옳다. 구구절절 옳다. 노부인 또한 그 사실을 내내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예기》를 읽기 시작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는 써본 적이 없다. 단 한 편, 단 한 줄 써본 적이 없다. 더러운 것도 아닌데, 무서운 것도 아닌데 오십 보 백 보 전부터 마주칠까 무서워 고개 숙이고 피해가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