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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5209309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2-06-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지금이 어려우면 마지막부터 시작하세요
1장 긍정할 때 삶은 더 아름다워져요
1. 내 인생과 친해지세요
2. 지는 꽃도 아름다워라
3.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불편한 진실’도
마주 보세요
4. ‘지나간 삶’보다 ‘남은 삶’을 놓치지 마세요
5.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세요, 죽음조차도
2장 감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1. 미안해요 회진법
2. 서로에게 서로가 스승이 되어야 합니다
3. ‘병든 삶’이 ‘병든 죽음’을 만들어요
4. ‘죽이는 의사’로 살아가는 그 이유
5. 어쩔 수 없다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3장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1. 혼자 가는 길, 함께해요
2. 눈부신 마지막을 지금 준비하세요
3. 죽음보다 힘든 삶을 견뎌야 하는 그들
4.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여행 다니면서
5.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제는 멈추세요
4장 웃으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1. 살리는 의사, 죽이는 의사
2. 모르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3. 행복 배달꾼 ‘양 회장과 그 일당들’
4. 그대 걱정 말고 울어요
5.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세요
5장 이제는 그만 내려 놓으세요
1. 서둘러요, 내일이 완벽하게 보장된 사람은 없으니까
2.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해’
3. 인생이라는 가방에 채워야 할 것들
4. 우리에게 ‘죽음과 죽어감’이란 무엇일까?
5. 인생의 마지막 상자를 쌓는 법, 메멘토 모리
에필로그_마지막이 인생의 정답을 알려줍니다
부록_호스피스 의사 김여환이 추천하는 웰다잉 10계명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안 돼!”
남편의 절박한 외침도 윤하 씨의 눈을 다시 뜨게 할 수는 없었다. 윤하 씨 곁에 엎드린 남편 얼굴에, 윤하 씨 손을 잡은 일곱 살 딸아이 얼굴에, 주치의인 내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윤하 씨와 남편은 첫눈에 반해 남들보다 일찍 결혼했다. 그런데 사랑과 축복 속에 낳은 첫 딸아이가 다운증후군이었다. 그들은 아이에게 형제가 많으면 힘이 되어줄 것 같아서 연년생 둘을 더 낳았고 20대에 세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스물아홉 살, 말기 위암 환자인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애들은 어떡하죠?”
나는 투병 중인 윤하 씨에게 그렇게 물었었다.
“어떡하긴요. 할 수 없죠.”
그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윤하 씨의 말처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워야 했을까.
오늘 윤하 씨는 앙상하게 뼈가 드러난 하얀 손으로 일곱 살 맏아이의 손을 꼭 부여잡고 잠이 들었다. 심장이 멈추고 온기가 사라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호스피스 의사가 된 지 5년이 지났다. 병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누구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참 잘 살았다고 격려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나는 ‘죽음’과 ‘죽어감’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죽음에 관한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죽음을 배우면 죽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삶이 달라진다. 자신의 마지막을 정면으로 응시하면 들쭉날쭉하던 삶에 일관성이 생기고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그렇게 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당신과 나누고 싶다. <프롤로그> 중에서
벚꽃이 모두 질 무렵, 연숙 씨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앙상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아내를 보며 그녀의 남편이 말했다.
“아름답게 지는 꽃은 없어도 깨끗하게 지는 꽃은 있네요.”
항암 치료로 머리카락이 몽땅 빠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젊은 날 만개한 꽃처럼 아름다웠던 연숙 씨를 사랑했을 그녀의 남편은 아내의 아름다움이 지고 난 뒤 그때와는 또 다른 애틋함으로 그녀를 보듬었을 것이다. <지는 꽃도 아름다워라> 중에서
호스피스를 ‘죽음에 관한 동화’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통증에 몸부림치던 암 환자가 호스피스에 와서 통증을 조절하고 삶을 잘 정리한 뒤 편안하게 죽었다’라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죽었다’는 말만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기억해야 하는 것은 죽기 직전까지 그가 어떻게 살았고 얼마나 행복했는지가 아닐까.
모든 죽음은 슬프다. 비록 슬픔 속에서 떠나더라도 우리는 죽음 직전까지 행복해야 한다. 생명을 연장시키고 죽음을 중지시키려는 열망 때문에 마지막 여행을 즐기지 못한다면 슬픔은 불행으로 변질되어 남은 삶에 시커먼 먹구름을 드리울지도 모른다.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기억은, 이혼으로 종결된 결말이 아니라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한 과정, 죽음이라는 끝맺음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시간일 것이다. <‘지나간 삶’보다 ‘남은 삶’을 놓치지 마세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