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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경제학/경제일반 > 경제사/경제전망 > 세계 경제사/경제전망
· ISBN : 9788935210152
· 쪽수 : 380쪽
· 출판일 : 2014-08-18
책 소개
목차
서문_ 영원한 현재
1장 무너진 서사
서사의 붕괴 | 거대 담론 | 현재주의 대중문화의 탄생 | 가차 없는 현실 | 실시간 보도: CNN 효과 | 리얼리티를 점령하라 | 무한게임
2장 디지털 분열: 헤어짐은 쉽지 않다
시간은 기술이다 | 시간생물학 | 속도의 조절 | 찰칵하는 사이의 공간 | 무인 폭격기 조종사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3장 태엽 감기: 짧은 영원
시간 속박 | 흐름과 저장 | 매시업과 메이크업 | 지금 구매하세요! | 시간은 돈이다 | 더욱 강조되는 현실 세계 | 감아올리기
4장 프랙털 강박 : 피드백에서 패턴 찾기
피드백 회로: 비명의 분석 | 혼돈의 관리 | 존재하거나 존재하기
5장 대재앙
좀비와 인간 | 인간성을 넘어 | 이 바보야, 중요한 건 정보라고 | 오래된 모든 것은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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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던 날 밤, 무언가 변한 것이 있었다. 미래를 향하던 모든 것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래에 대한 경도가 점점 더 현재를 굳건히 버티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세상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금융 분야를 예로 들면, 투자의 미래가치가 현재가치보다 덜 중요하게 된 것이다. 뉴밀레니엄에 들어선 지 10주 정도 지났을 무렵, 기술중공업 중심의 미래 지향적인 나스닥 증시가 5100포인트를 넘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때 주요한 변화도 정점에 이르렀다. 장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닷컴 거품에 그 문제의 원인을 돌리긴 하지만, 장세 약화는 현재 잘 돌아가는(아닐 수도 있지만) 디지털 기술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모든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부터 현재가치로의 대규모 사회적 이동과 관련이 있었다. 사람들은 미래로부터 시선을 거두면서 현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래에 구현될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일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언젠가’보다 오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화제주(話題株)에 대한 얘기, 즉 왜 그 주가가 오를 것인지에 대한 근거 대기보다 지금 현재의 실제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 지금 현재, 내 주식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내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건 어떤 주식인가? 지금 현재 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디지털 기술과 달리 아날로그 기술은 우리를 일시적으로 붙잡아둔다. 책이나 두루마리에서 보면 과거는 우리 왼편에 있고, 미래는 우리 오른편에 있다. 책에서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을 기준으로 선형적 시간상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한다. 낱장의 쪽으로 이루어진 책이 두루마리보다는 좀 더 순차적이긴 하지만, 컴퓨터 화면과 비교하면 둘 다 시간 지향적이다. 맥락 혹은 타임라인상의 위치와 관계없이 프로그램의 어떤 화면이 됐든 지금 우리가 열어보는 화면이 디지털의 관점에서는 현재다. 블로그상에서 미래는 화면상에서 오른쪽에 있지 않고 임시 저장된 포스트 형태로 위쪽에 놓여 있다. 그리고 과거는 왼쪽에 있는 게 아니라 예전 포스트들과 함께 아래쪽에 놓여 있거나 아니면 하이퍼텍스트 링크로 이어진 다른 화면에 놓여 있다.
유기적 흐름과 유기적 흐름과 디지털 과정을 구분 지으면 적절한 타이밍이 올 여지는 생기고 적절치 못한 실수를 범할 여지는 줄어든다. 루시가 작업대에서 미친 듯 초콜릿을 포장하는 유명한 텔레비전 장면처럼, 우리는 문자가 오는 대로 그리고 일이 주어지는 대로 일일이 답하고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다 결국 루시처럼 엉뚱한 곳에서 일을 엉뚱하게 망쳐놓고 만다. 지메일에선 잘못 보낸 메일을 몇 분 내에 발송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능이 있다고 해서 시간을 쪼개 서둘러 답을 하고 시그널보다 노이즈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짓까지 멈추게 할 순 없다. 댓글란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의 속도보다 손놀림이 빠른 사람들이며 단지 이 토론을 다시 찾아와 볼 짬이 없음을 알기에 오히려 무언가를 끼적거리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단 댓글에 누군가 링크를 걸거나 리트윗을 할 수 있기에 사람들은 더 많은 댓글을 달게 되고, 결국 댓글 달기는 이메일을 열어보는 것만큼이나 강박적인 행동이 된다. 존경받는 저명인사라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정말 무의미한 잡생각들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시간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시간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애슈턴 커처와 같이 대중문화의 단순성을 체현하고 있는 배우가 문득 생각 없이 올리는 포스트가 자신의 대중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로서도 잠시 숙고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두 순간이나마 카이로스에 따라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