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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521038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5-07-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떠난 이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1장 조금 더 서로를 사랑할 줄 알았더라면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자식을 향한 작은 바람
화장실에 놓인 국화 한 송이
아들을 범죄자로 만든 신사임당
나 여기서 죽어도 돼요?
그리움이 만들어낸 '중독'
외로움을 우정으로
2장 어떤 삶을 살든 우리는 소중한 사람
현실을 버텨내는 용기
보지 못하는 아들
삶이란 운명의 무거운 짐을 이겨내는 것
떠난 후를 생각하며 가는 길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들
가진 것을 다 주고도
삶의 의지를 잃었을 때
3장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선택
희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다
고통, 삶에 다달이 지불하는 월세
모두가 원하는 죽음
그 가족이 살아가는 법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
그리움에 눈이 멀다
4장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
삶을 사람을 더 사랑하는 법
슬픔을 드러내지 못할 때
누가 진짜 가족일까
짐 지우지 않는 사랑
봄이 오면 꽃이 피듯이
사랑을 주고 떠난 초코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
에필로그 -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 때문에 이 세상에 나온 아이인데 마지막도 내가 갈무리해야하지 않겠소.”
현장에 도착했더니 고인의 아버지가 이미 정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딸의 죽음으로 마음이 많이 힘드실 텐데 저희에게 맡기시면 될 것을 어찌 혼자 다 하셨냐고 물었더니 그분이 말했다. 그런데 정리를 하고 나니 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고, 집주인에게 미안해서 소독도 해야 할 것 같아 도움을 청했다고.
부모의 사랑은 늘 놀랍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지 보름 만에 발견된 오십 대 남성의 반지하 집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는데 손바닥만 한 수첩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TV에 소개된 맛집 가보기’ ‘친구들에게 연락해 목소리 듣기’ 마지막은 ‘시집가는 딸아이 모습 눈에 담기’였다. 그런데 그의 외동딸은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먼 타국에서 공부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는 자신의 병을 숨겼던 것이다. ---「프롤로그」중에서
“작곡가가 꿈이었나 봐요.” “무슨 소리야? 서울대 치대 수석 졸업생인데.”
“그건 졸업한 학교죠. 치대를 나왔다 해도 하고 싶은 건 다른 일일 수 있잖아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직원의 말이 맞았다. 치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꿈이 꼭 치과 의사라는 법은 없었다. 편지 내용을 미루어 보건대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부모님 건강도 좋지 않고, 다른 형제를 언급하지 않았으니 외아들일 확률이 높았다. 그가 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감당할 것도, 책임질 것도 너무나 많았던 무거운 인생.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꿈,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못한 꿈이었다.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중에서
엄마가 자고 일어날 내일이 오는 것이 무서워서 아이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잠든 엄마를 칼로 수차례 찌르고도 엄마가 살아서 문을 열고 나올 것 같아 방문에 본드를 발랐다. 며칠 뒤 부패가 시작되자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다. 아이는 김장용 비닐을 여러 개 구입해 사체를 겹겹이 싸놓았다. 그 때문에 부패 속도가 더 빨라지고 악취가 더 심해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방문 틈에 발라놨던 본드 위에 실리콘까지 덧발랐지만 그래도 악취가 새어 나오자 테이프를 여러 겹 덧붙였다.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현장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피해자는 왜 그토록 아들의 성적에 집착했을까. 결국 고3짜리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고 자신은 그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만 것을. (…) 부모의 사랑이 너무나 고팠던 아이. 그러나 사랑 대신 몸과 마음에 상처만 받았던 아이. 누가 과연 이 아이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이의 내민 손을 잡아주지 않았던 우리 어른들의 잘못은 아니었을까. ---「아들을 범죄자로 만든 신사임당」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