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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2660
· 쪽수 : 127쪽
· 출판일 : 2006-09-01
책 소개
목차
제1부
열두 시간의 기도
평일의 고해
Dakhla; 입구
찬미들, 안녕
못된 저녁
쥘 라포르그의 약국
검은 주머니 사용법
울적한 개
이해해요
암스테르Dam
먼 나라 푸른 사내의 아내
마음 아픈 낮
생일
저녁
내 눈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I'm Sunshineㅡ화석
권오준씨
낡은 도시의 사랑
OTEL
뚤루즈로트렉의 집
바람의 가족
자수
가수 ㅡ오늘은 오늘로 충분해 1
가수 ㅡ오늘은 오늘로 충분해 2
지구 동물원
쓸쓸한 바닷가
혼자 사는 방
나
제2부
화대
떠간다
하늘 사과밭
자벌레와 한 자
당신이 사준 그리움
근황
사방연속무늬 당신
사랑의 한낮
거미집
한 사람
깜깜한 식당
고분벽화
구름에 달린 마을
그림 마을
크리스마스 카드
심야 로드무비 상영중
아무리 손 내밀어도 닿지 않는
길 위로 온 편지
내력
엄마가 싸준 떡
어둡고 좁고 가파른
오동나무 상여
종점에 사는 집
병든 길
해설 / 류신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평일의 고해
절두산 순교 성지 고해소엔 작은 문구 하나 적혀 있다.
'중요한 것만 짧게 간추려 고해하시오'
성자도 소녀도 거렁뱅이도, 역시 인간은 오늘도 피곤하다.
더덕의 손이라기엔 너무도 여린 잎 한장 씹으면
갈기갈기 찢기는 더덕뿌리 향내가 입 안에 쫙 흘러요
육즙이 고이는 것처럼 키스할 때처럼
이생에선 독한 향내가 나를 치유해요
인간의 냄새만큼 독한 게 있으려고요, 늘 피곤하거든요
그들이 날 흉터 없이 치유해요
난 이것에 대해 고해하겠어요
인간을 내 치유제로 여겨 바르고 먹고 마셨노라고
손잡았노라고 몸 비볐노라고
슬픈 정액냄새 속에서 태어났고
비린 젖을 먹고 자랐노라고
그렇게 지구에 몸 박고 뿌리내려 살찌웠노라고
문 박차고 나가 첫사랑의 심장을 파먹고 반생을 다시 시작했노라고
휘황찬란한 도시 사람 그림자 속에서 단잠 잤노라고
지독한 꽃 같은 어머니 손을 찢으며 시를 썼고
사랑한 발가락을 오래도록 씹으며 여행을 다녔고
벗들의 가슴을 때려눕혀 그 눈물로 내 눈을 씻었고
그들의 달디단 입냄새로 내 시궁창을 닦아냈고
밤마다 사랑해달라고 속삭였노라고
머리채를 뚝 잘라 너도 너도 너도 순교하라고 속삭였어요
사람고기 이빨로 확 뜯으면 입 안에 육즙이 쫙 흘러요
잘살겠다고, 이글이글한 눈동자를 눈물이 확 덮칠 때처럼
아, 한마디로 난 독한 인간들을 한 잎씩 씹으며
살았고 살고 살아갈 것이라고
중요한 것만 짧게 간추려 고해합니다
덧붙이자면, 누구든 날 씹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