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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159
· 쪽수 : 100쪽
· 출판일 : 2025-03-25
책 소개
목차
제1부
너
종이
빵
기도
벽
종이
불행
상자
종이
창고
저수지
눈송이
불행
제2부
재단사의 노래
흑백사진
사탕 공장
고기
수치
싱크홀
눈의 아이
재단사의 노래
눈의 아이
흑백사진
식인의 세계
구두
불행
식탁
애도라는 외투
제3부
거미 여인
시인
한 시에 남아 있는 것
시인의 죽음
종이
낭독
천사에게
단식
한 사람
공회전
사탕
개를 모르는
여름의 불행
제4부
감자의 멜랑콜리
창고
전향
망각
아들들
우리 모두의 애도
편지
빵
전향
들판의 상자 속에는
청춘
불행
작별
해설|서영인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백년 후에 너는 사라지겠지.
사람들은 먼지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너는 먼지도 아니겠지.
백년 후에는 종이가 남고 글자는 사라지겠지.
사라진 너는 이름도 없겠지. 백년 후에는 풀과 벌레들이 있겠지.
벌레는 글자를 갉아 먹고 검은 글자를 닮은 풀들은 여전히 풀처럼 있겠지.
그리고 모르는 네가 있겠지. 풀처럼 네가 없는 노래를 영영 부르겠지.
―「너」 전문
앙상한 팔과 다리가 다 닳아서
한줌의 재가 남았을 때
흰 실에 칭칭 감긴 채
검은 밤에 잠긴 흐릿한 얼굴
(…)
입안 가득한
재의 맛을 알지 못한 채
너는 밤새도록 실을 잣고……
어떤 노래는
하얀 실처럼 끝없이 흐르고
그것은 네가 지어놓은
잿빛 수의처럼 빛난다
―「재단사의 노래」 부분
그 겨울에 우린 무엇을 하고 있었지? 너의 손을 잡고 걷는다. 비탈길 천천히 스며드는 저녁의 냄새. 골목은 어둡고 부서진 연탄재 가등 아래 낡은 구두 눈송이 같은 여공의 기침 소리. 누군가 방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면 세계가 빈 상자 속 눈동자처럼 흔들린다. 천장에 번져가는 검은 얼룩을 보며 우리는 다가올 장마를 걱정하지만 그 겨울은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펄럭이는 빈방의 커튼, 살갗에 돋는 소름과 누군가의 텅 빈 입술. 나중에 우리는 헤어지게 되지만 아직은 손을 꼭 잡고 1970년의 겨울 속에 있다.
―「흑백사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