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8548
· 쪽수 : 324쪽
책 소개
목차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크리스마스에는
마지막 이기성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기괴의 탄생
깊이와 기울기
초아
해설|황정아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안녕이라고, 안녕하라고, 잘 보내라고, 그러다 자꾸 붙들려들어가 생각하게 되었던 원미우동을 떠올렸고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어떤 기회가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그건 내가 어떻게 다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는 여름이었던 걸까. 죄의식이 밀려올 때마다 강하게 부정해왔지만 아이의 부탁으로 그 말을 적어보던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옳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녕,이라는 말이야말로 누군가에게 반복해서 물을 수 있고 그렇게 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 비록 이제는 맞은편에 앉아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물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타종 행사를 기다리다 눈을 감았는데 바로 오늘밤 영도의 묘박지에서 묵직한 뱃고동 소리를 내며 우주적으로 협연할 배들이 떠올랐다. 고래나 코끼리 같은 커다란 포유류들이 서로를 부르고 찾는 듯 들릴 그 소리를.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크리스마스에는」)
사흘에 한번씩 뒤엎고 갈아가며 필요 이상의 개간 작업을 한 공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언가들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날아와서, 행로와 목적도 없이 날아와서 여기에. 그러니 그날의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살아 있는 것들의 이동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다.(「마지막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