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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8784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2-05-30
책 소개
목차
1장 패왕별희
2장 발 없는 새
3장 역사의 아이
4장 맹인 악사
5장 나비의 꿈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영화 「패왕별희」는 시간 순으로 진행되는 원작 소설과 달리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사이에 뎨이와 샤오러우의 생애가 배치되어 있다. 첸카이거는 왜 이런 서사 구조를 택했을까?
두 사람의 삶은 그들이 원한 삶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는다. 권력에 짓밟혀 종이 인형처럼 구겨지고 찢겨지는 것이다. 그들의 실존적 저항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기 짝이 없다. 저항할수록 그만큼 더 짓밟힌다. 권력은 개인의 실존을 허용하지 않는다. 개인의 실존을 끊임없이 삼킴으로써 생명력을 증대하는 것이 권력이다. 그러므로 역사에서 개인의 실존을 확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권력의 실존만 확인될 뿐이다.
“나도 그 영화를 보았소. 영화 속 인물과 장궈룽이 겹치는 장면들을 보고 많이 놀랐소. 장궈룽이 발 없는 새에 관한 대사를 하는 동안 발 없는 새가 장궈룽의 내면 어딘가로 파고들어 둥지를 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시렸소.”
워이커씽 씨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그가 내 짐작보다 훨씬 더 깊이 장궈룽의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난 무척 놀랐소. 그녀의 쾌활함 때문이었소. 쾌활함은 그녀의 젊은 에너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소. 밝고 투명한 에너지였소. 그 생명력에 마음이 설ㅤㄹㅔㅆ소. 난징의 심연 앞에서 난 언제나 노인이었소. 소년일 때도, 청년일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소. 얼굴이 노인처럼 쭈글쭈글한 소년을, 청년을 생각해보오. 난 그런 얼굴로 난징의 골짜기를 서성거렸소. 그 골짜기로 밝고 투명한 생명체가 들어온다고 하니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겠소. 하지만 불안도 있었소. 난징학살을 들여다본다는 건 벼랑 끝까지 걸어가 벼랑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행위이오. 그 벼랑은 역사의 벼랑이자 영혼의 벼랑이오. 난징은 나에게 온갖 것들의 벼랑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