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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9446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1부 봄은 봄을 만나서
2부 봄이 봄을 탐했고
3부 다친 봄은 오래 울었으나
4부 봄이 봄을 옮겨붙였다
에필로그 봄은 복수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지개처럼 다채로워야 할 감정이 불안과 공포에 짓눌려 가라앉았다. (…) 어떤 것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모든 것이 자극이었다. 머리를 감으려고 고개를 숙이면 수전에 얽힌 샤워기 호스가 올가미로 보였다. 눈을 감으면 어둠이고 어둠은 곧 죽음이었다. 눈을 감을 수가 없어서 잠도 잘 수 없었다. 입을 벌릴 수도 없었다. 음식물은 질식을 떠올리게 했다. 불안이 몸 안의 모든 통로를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 잠갔다.
일기라면 사십대에 들어서면서 쓰기를 그만뒀다. 이십대부터 삼십대에 걸쳐 쓴 수십권의 일기를 마흔살이 된 걸 기념하듯이 사무용 세단기로 죄다 갈아버렸다. 사흘이 걸렸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행위입니다. 객관화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이랄까요. 자신과의 거리가 0일 때 우리는 그것을 문제적이라고 합니다.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자신과의 거리가 0을 지나 음수에 수렴하는 중이었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서 외부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고 내면의 동굴로 걸어 들어간 패배자였다.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본 강의 소개 문구였다.
무엇과 헤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도치가 물었다.
내가 기록한 나와. 내가 기록 속에 가두어놓은 나와.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서 헤매는 나와.
림자는 신들린 듯 대답을 쏟아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왠지 양팔에 소름이 돋았다.
헤어지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기록하세요. 어떤 수치심도 글로 옮기면 견딜 만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