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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6439927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6-04-03
책 소개
● 2021, 2022 휴고상 수상작 ●
세계 3대 SF문학상 석권
다시 만나는 세라 핀스커의 어메이징한 세계!
불가능한 과거와 가능한 미래를 탐사하고
기묘한 환상 속 반짝이는 진실의 기미를 찾는 이야기들
필립 K.딕상,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등 최고의 SF문학상을 휩쓸며 세계적인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세라 핀스커의 『로스트 플레이스』(정서현 옮김)가 출간되었다. 2025년 출간된 『언젠가 모든 것은 바다로 떨어진다』 이후 국내에 선보이는 저자의 두번째 소설집으로, 본격적으로 무르익은 상상력이 SF, 설화, 판타지를 종횡무진하며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생생한 활기를 느낄 수 있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연달아 수상한 「두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 「참나무 마음이 모이는 곳」을 비롯해 총 12편이 한데 모여 있다. 시공간과 형식을 넘나들며 현실과 서사를 이음매 없이 절묘하게 연결해낸 “유명 수상작과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은 비단 SF문학 독자뿐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아는 모든 독자를 매료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상하고, 때로 고통스럽고, 궁극적으로 힘을 주는 이야기”(『커커스 리뷰』)들로 가득한, 세라 핀스커만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가능성의 세계가 다시금 환상적인 포문을 열었다.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정서현 교수가 전작에 이어 또 한번 세라 핀스커의 다채로운 세계를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야기’가 거는 강력한 주문
상상을 현실에 부려놓는 마법적인 말의 힘
『로스트 플레이스』에서 저자는 지어내는 말들이 삶 속에서 재현되고 상상 속의 주문으로 서사를 뒤흔드는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가 우리 삶에 발휘하는 마법 같은 능력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이미 평단과 독자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는 「두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의 주인공 ‘스텔라’는 습관적으로 말을 지어낸다. 옛 친구 ‘마코’의 형 데니가 죽고, 스텔라는 엉망이 된 데니의 집 청소를 돕기로 한다. 쓰레기와 보물이 뒤엉킨 물건 더미를 정리하며, 스텔라는 마코에게 「밥 아저씨 쇼」를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밥 아저씨 쇼」는 스텔라가 지어낸 프로그램이지만 마코는 그 공영 방송국 코미디 쇼를 당연히 기억한다고 답한다. 스텔라는 기억에도 없는 어린 시절 TV 쇼의 진행자가 들려준 으스스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고, 그 이야기들이 마치 저주처럼 자신과 친구들의 앞날을 그대로 예언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무엇보다 스텔라 자신이 TV 쇼 진행자의 말처럼, 자신도 속일 만큼 거짓말을 많이 해서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잊어버”(53면)린 사람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초현실적인 주문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본질은 「궁정 마법사」에서 잘 드러난다. 트릭이 아닌 최고의 마법을 갈망하는 한 청년은 섭정의 궁정에 들어가 진짜 마법을 만나게 된다. “‘말〔言〕이 하나 있다.’ 스승이 말한다. ‘네가 통제해서 할 수 있는 말이지. 그 말은 문제들을 사라지게 만든다.’”(133면) 말을 휘두르기로 동의한 날부터, 청년은 그 말로 섭정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고 대신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잃기 시작한다. 그만큼 무서운 것, 반드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그 한마디로 존재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말인 만큼, 이야기를 창조하는 예술가로서 저자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더 잘 말하는 법」은 무성영화 시대 자막을 읽어주던 변사의 회고록으로, 주인공은 대사를 고쳐서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꾸다가 급기야 말 한마디로 현실 자체를 뒤틀어버리고자 한다. 핀스커의 소설이 “이야기에 대한 전염력 강한 열정”(『로커스』)의 결과물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오늘의 세계에 대한 번득이는 비유
거짓을 넘어 진실로 한 걸음 발 딛는 서사
저자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현실의 어둠과 만나 탄생한 작품들은 오늘날 우리 세계와 너무나 닮아 있어 경광등처럼 번쩍인다. 「우리의 깃발은 여전히 그곳에」의 배경인 전체주의 통제 시스템은 모든 국민의 발언을 검열하고 자경단을 동원해 ‘애국적’이지 않은 발언에 제재를 가한다. 개인의 신체를 국기 색깔로 물들이고 깃대에 매달아 전시한 뒤 종일 애국주의 연설을 하도록 만들고 영웅으로 추앙하는 장면은 오늘도 전세계에서 목도하는 이념의 광기를 환기한다. 불편한 현실을 극한의 상상력으로 밀어붙여 창조한 섬뜩한 경고는, 깃발 관리자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이 깃발이 되어 이제 “깨어날 시간”(96면)이라고 외칠 준비를 마친 ‘매기’의 음성을 통하여 서사 속에서 그 빛을 발한다.
「산맥은 그의 왕관」은 황제 자식들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전국의 농민에게 빚어낸 황당한 재앙을 묘사하고, 이를 돌파하는 힘없는 이들의 지혜와 끈기를 아름다운 색채로 그려낸다. 그밖에도 풍문으로 전해지는 테러 위협에 도시가 봉쇄되고 학교와 도서관 등 모든 시설이 기약 없이 폐쇄되거나(「오늘은 모든 게 닫혀 있다」), 최신 기술로 통제되는 이상적인 돌봄의 공간을 꿈꿨으나 알고리즘의 결정 없이는 전화 한통도 걸 수 없게 된 요양원(「케어링 시즌스 탈출기」) 상황은 모두 당장이라도 일어날 법한 위험한 가정의 세계를 그려 더욱 생생하다.
지도 밖으로 탈주해 새롭게 그리는 연결의 실마리
낯설게 변해버린 세계에서 사랑 찾기
이토록 낯설게, 때로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저자는 그 한가지 방식으로 ‘사소한 것들의 연결’을 제시한다. 「오늘은 모든 게 닫혀 있다」의 도시 봉쇄 상황에서 ‘메이’는 자신의 책들로 무료 도서관을 꾸리고, 아픈 경험을 딛고 소녀들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친다. 「케어링 시즌스 탈출기」에서 탈주 중인 ‘조라’가 자신을 추적하는 드론 너머 사람의 존재를 인지하고 의심 끝에 호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제도 밖에서도 연대와 저항이 가능하다는 것을”(「옮긴이의 말」)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런 연결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 사물의 연결을 그린 놀라운 작품이 「과학 지식!」이다. 스카우트 활동 중 지도도, 돌봐줄 어른도 없이 들어간 밤의 숲속에서 소녀들은 더 단단한 유대감을 얻고, 마침내 숲과 하나 되어 공명하는 경험을 한다. 공포와 의심 속에서 서로를 의지해 길을 찾고 설명할 수 없는 존재와 몸으로 연결되는 결말은 모든 감각의 촉수가 자라나는 듯 신비롭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집에서도 싱어송라이터로서 저자의 음악적 관심은 독특한 서사와 만나 절묘한 협주를 이어간다. 작품 한 구절에서 이 소설집의 제목을 빌려온 「참나무 마음이 모이는 곳」은 파격적인 형식으로 다양한 연결의 가능성을 탐색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민요 가사를 해석하는 온라인 사이트의 댓글을 고스란히 재현한 형식은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연결된 공간의 표현이다. “이야기의 목적지가 분명하며 가는 길은 알찬 재미로 가득하다”는 평을 들으며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서 ID가 ‘HenryMartyn’인 토론 참여자는 노래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들어가며, 이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 중이다. 노래는 “아름다운 엘렌은 또다른 사랑을 데려가네/참나무 마음이 모이는 곳으로”(367면)라는 가사로 끝나고, HenryMartyn은 댓글창에서 종적을 감춘다. 문헌을 정밀 분석하는 인물, 민요의 배경 마을을 현장 답사하는 인물, 비아냥대며 이견을 제시하는 인물, 상징 해석에 몰두하는 인물 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하나의 관심사로 연결되면서 흥미진진한 추적담이 펼쳐지고, 섬찟하면서도 매혹적인 노래를 따라 이야기는 무언가에 홀린 듯 막힘없이 전개된다. 「종종 소음의 한가운데에서 음악을 듣곤 해」는 스콧 피츠제럴드, 조지아 오키프, 듀크 엘링턴, 루이 암스트롱 등 유수의 예술가들이 머무르던 뉴욕 맨해튼의 유명 호텔 및 공연장을 수십년을 가로질러 산책하듯 비추며, “모두가 거기 있었”(126면)다는 말을 통해 예술로 뜨겁게 달궈진 그 시절 뉴욕에 애정 어린 헌사를 보낸다.
출간 당시 미국의 도서 전문 매체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놀라운 단편 열두편을 모은 소설집”이라며 “SF 팬은 물론 잘 짜인 스토리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매료할 것”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여전히 경이로운 환상 속에서, 진실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세라 핀스커의 이야기들은 다시 한번 “지도에 표시되지 않”(「한국어판 작가 서문」)은 전혀 새로운 장소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목차
한국어판 작가 서문
두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
우리의 깃발은 여전히 그곳에
종종 소음의 한가운데서 음악을 듣곤 해
궁정 마법사
오늘은 모든 게 닫혀 있다
센추리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케어링 시즌스 탈출기
더 잘 말하는 법
날 위해 기억해줘
산맥은 그의 왕관
참나무 마음이 모이는 곳
과학 지식!
옮긴이의 말
감사의 말
책속에서
밥 아저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였다. 스텔라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옛날 옛적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작은 소녀가 있었어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누가 될지 모르는데,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 경우에 평범하지 않았던 점은, 그 소녀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자신이 누가 될 수 있는지와 기꺼이 바꾸려 했다는 거였죠. 그래서 그 소녀는 정확히 그렇게 하기 시작했어요. 자기 자신을 자신이 더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의 부분 부분으로 조금씩 교체했어요. 자신이 살고 싶은 이야기의 부분들로 말이에요. 이 소녀만큼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너무 완벽하게 믿어서 소녀는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잊어버렸죠.
―「두개의 진실과 하나의 거짓말」
메이는 자신과 똑같은 일을 하며 갇혀 있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했다. 뉴스를 확인하고, 걱정하고, 푼돈을 세고 또 세는 일 말이다. 지난번에 나라가 이렇게 흔들렸을 땐 너무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맞서고 있는 이 깊은 무력감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도 언급하지 않았다. 헌혈자도 원치 않았다. 아무도 아무것도 하길 원치 않았다. 집에 머물러라, 선량한 시민들이여. 상점과 극장과 도서관과 학교가 다시 문을 열지 않으면 집도 없을 거라는 사실, 임대 사무소는 여전히 임대료를 기대하고 은행은 여전히 대출 상환을 기대할 거라는 사실은 신경 써주지 않았다.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이걸 견뎌주기를 기대하는 걸까? 뉴스는 계속해서 위협을 보도했다. 힘겹게 버티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 있지? 이게 뉴노멀이 되는 것에 대한 저항은? 시위 소식을 아는 사람이 있나 보려고 친구들에게 단체 채팅을 보냈다. 아무도 답하지 않았고 메시지가 제대로 전송됐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은 모든 게 닫혀 있다」
이 사람한테 말해야 할까? 조라에게는 전화기도 없었고 손목은 자해를 했다는 표시로 구멍이 패어 있었다. 나무에 걸려 브래지어를 잃어버렸고 스웨터는 드론 살해에 희생했다. 계곡을 올라오면서 흘린 땀이 살갗에서 말라 체온이 떨어졌다. 마실 물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길이 돌아가는 길이라면 큰 도로를 찾는 데 몇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그래도 여전히 그 어디도 아닌 곳에 있을 것이다.
“당신 드론들은 만났으니까,” 조라가 말했다. “자기소개를 하세요. 그럼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말해드리죠.”
드론은 한숨을 쉬더니 조라가 조금 전 지난 교차로로 되돌아가는 동안 옆에서 위아래로 움직였다. 조라는 이 길이 더 나은지 물어볼까 고민했다. 더 넓으니까 이게 더 빠른 길일 수도 있었다.
―「케어링 시즌스 탈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