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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2998
· 쪽수 : 680쪽
· 출판일 : 2026-05-20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역자 해설 ― 무(無)의 안과 밖, 만화경인가 만다라인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늘 그를 현관 앞 층계의 첫 계단까지 배웅해 주었다. 말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 때에는, 그곳에 서서 기다렸다. 이미 작별 인사를 건넸고,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감싸는 바깥바람에, 목덜미 위로 드리운 잔 머리카락이 나풀거리고, 엉덩이 위에 늘어진 앞치마 끈이 흔들리며, 마치 깃발처럼 꼬이고 있었다. 어느 날인가, 해빙기 즈음, 마당의 나무들 껍질에서는 물기가 배어 나오고, 건물들 지붕 위로 눈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문턱에 서 있다가, 작은 양산을 가져와서, 활짝 펴 들었다. 영롱한 비둘기색 비단 양산을 통과한 햇빛이 그녀의 하얀 피부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 아래에서 따스한 열기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팽팽하게 펼쳐진 물결무늬 비단 위로,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엠마는, 평범한 심성을 가진 이들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그런 파리한 삶들이 추구하는 희귀한 이상에, 단번에 도달했음을 느끼고 내심 만족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라마르틴 시의 푸념 속으로 빠져들었고, 호수 위에서 들려오는 하프 소리, 백조들이 죽어 가며 부르는 모든 노래, 하늘로 올라가는 순수한 처녀들, 그리고 골짜기에서 울려오는 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그녀는 곧 이런 것들에 싫증이 났고,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으며, 처음에는 타성에 젖어서, 나중에는 허영심으로 계속했고, 마침내 마음이 진정된 것을 느끼고 놀랐으니, 이마 위의 주름이 사라지듯 마음속 슬픔도 사라진 것이었다.
엠마는, 집으로 돌아와, 처음에는 하인들을 부리며 즐거워했으나, 곧 시골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는 예전의 수녀원을 그리워했다. 샤를르가 베르토를 처음 방문했을 무렵, 이미 인생에 대한 환상에서 충분히 벗어났다고 스스로 인정한 그녀는 이제 더 배울 것도 없고, 더 이상 느낄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에서 오는 불안, 아니 어쩌면 이 남자의 존재가 야기하는 거북함은, 장밋빛 날개를 가진 커다란 새처럼 무한히 열린 시(詩)의 하늘에서 맴돌듯 이제껏 어딘가 머물러 있던 그 황홀한 정열을 마침내 자신도 가지게 되었다고 믿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이 고요함이 그녀가 꿈꾸었던 행복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