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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6457150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2-1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6
1부 메조피아노: 조금 여리게 009
2부 라멘타빌레: 슬픈 듯이 089
3부 리솔루토: 자신감 있게 165
에필로그 216
작가의 말 219
저자소개
책속에서
첫 연주는 무반주 합창이었다.
이른 봄밤을 떠올리게 하는 가볍고 서늘한 기운이 기념관 강당을 채우고 있었다. 조명 너머 객석에 앉은 이들 모두 들뜬 마음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생동하는 시작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무대를 향한 밝은 조명 속에서 선생님의 지휘봉이 높게 솟았다. 정적의 세상에 최초의 소리를 내는 제사가 있었다면, 제사장의 모습은 저와 같았을 것이다. 숨죽인 고요 속에서 힘차고 크게 부를 것을 주문하는 제사장의 모습을 나는 떠올렸다.
그 고요가 여기에 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다. 한 순간을 기다리며.
첫 음을 내야 할 시간이다.
제주야,
돈 좀 있니?
가끔 그런 꿈을 꿨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빠가 되었다가 찰스가 되었다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알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가 때로는 정빈이 되기도 했다.
아빠에게서는 연락이 없었고, 나는 더 이상 찰스의 스튜디오에 나가지 않았다.
꿈에서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잃었어, 그거.
재현과 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길 때까지 그곳에 앉아 있었다. 낡고 허름한 음악실은 어느 구석에도 정을 붙일 곳이 없어 황량했다. 그 쓸쓸한 공간에서 우리가 공유한 건 어떤 슬픔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그 여름 우리가 잃을 것에 대한 예감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