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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소설론
· ISBN : 9788937412394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0-09-0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5
1부 여성, 타원과 잠재적인 것 13
잠재적인 것으로서의 서사 ― 강화길의 끝없는 이야기 15
앨리스의 축음기 ― 황정은의 이상한 나라 32
타원의 글쓰기 ― 박민정과 최정화의 글쓰기와 기억하기 57
불가능한 사랑의 그림자 ― 김숨, 『당신의 신』에 부치는 49개의 주석 72
여성과 토폴로지 ― 오정희 소설 다시 읽기 103
삼중 은유 ― 은희경의 쌍둥이들 123
배니싱 트윈 ― 은희경의 또 다른 쌍둥이들 142
2부 시대, 시차와 다수인 것 147
시차로서의 서사 ― 2000년대 문학의 풍경들 149
한국 문학과 페티시즘 ― 한국 문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167
물(物) + 신(神) + 인(人) ― 박상영과 박민정의 물신 182
문학의 동시대성에 대하여 ― 이기호, 한강, 권여선의 시대착오 198
PB + SF + FS ― Post-Human Body + Science Fiction + Feminism Story 216
다수는 어떻게 출현하는가 ― 김금희, 최진영, 박민정의 다수 235
종말과 종말 이후 ― 박형서, 황정은, 이기호의 묵시록 252
3부 세상, 폐허와 악몽 사이에서
이 실패를 어떻게 풀까? ― 하성란의 실패들 273
반쪽으로 살아가기 ― 황정은의 애너그램 296
도도와 두두의 세계에서 ― 안보윤이 소개한 두 개의 무한 306
만개한 죽음, 무성한 삶 ― 이청준의 『축제』를 읽기 위한 15개의 키 워드 323
회의주의자의 사전 ― 박찬순의 기호들 345
악몽의 몽유록 ― 이유의 악몽 탈출기 369
폐허의 아데콰티오 ― 김개영 소설의 네 가지 불가능성 387
4부 저자, 타자와 노바디들 403
저자(author)라는 타자(other) ― 이기호와 이장욱의 저자 -독자 -타 자 403
증여, 이름, 인터내셔널 ― 박솔뫼의 inter-name/nation 418
청춘의 소금 기둥 ― 이상운을 위한 만가 427
에우리디케의 노래 ― 최은미의 잃어 -버려진 자 434
노바디가 당신을 사랑할 때 2 ― 권여선, 정용준, 한강의 유령들 446
5부 무(無)는 사라지지 않는다 463
먼 곳에 대한 세 개의 주석 ― 최은영의 위상학 465
먼 곳에 대한 또 다른 세 개의 주석 ― 김애란, 이장욱, 박민규의 먼 곳 으로 돌아오기 478
목소리 앞에서 ― 안보윤과 김이설의 초자아들 495
그림자 앞에서 ― 조해진과 정영수의 그림자 인간 506
그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 김홍과 임현의 상대성 이론 521
이 많은 ‘나’들을 어찌할 것인가 ― 윤이형과 김엄지의 유사-‘ 나’ 들 533
저자소개
책속에서
은희경의 소설이 1990년대식 냉소, 비(非)참 여, 사소한 일상에 대한 탐닉을 보여 준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 평가는 온 전한 진실에 적중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은희경의 소설이 냉소적인가? 은희경 소설이 폭로하듯, 생존 회로(survival circuits)2 속에서 무너져 가 는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사소한 디테일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이 지점에 서 우리는 은희경이라는 작가가 최초로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된 여성적 주체를 소개한 작가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도 통시적(通時的)인 쌍둥이, 즉 배니싱 트윈을 통해서 여성의 안팎을, 존재와 부재를, 현실성 과 잠재성을 동시에 보여 준 작가라고 말이다.
- (배니싱 트윈―은희경의 또 다른 쌍둥이들)
동시대성을 경험하는 자들에게 모든 시대는 어둡다. 동시대인은 정확히 이 어둠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아감벤은 어둠을 지각한다는 것이 소극적이거나 무기력한 행위가 아니라 적극적인 행위라고 강조한다. 시대의 빛에 눈멀지 않고 그 속에서 그림자의 몫을 식별하는 데 이르는 자만이 동시대인이다. 이 식별 가능성은 동시대성의 윤리적 성격이기도 하다. 동시대인은 자기 시 대의 어둠을 자신과 관계 있는 어떤 것, 자신을 끊임없이 호명하는 어떤 것, 모든 빛보다도 더 직접적이고 독특하게 자신을 향해 오는 것으로 지각한다.
자기 시대에서 다양한 시간적 계기들의 공존을 보고자 한다면, 동시대 성의 세 번째 정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은 근원적인 것(the archaic)과 관련된다. 아감벤은 기원 혹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행위, 현재 속에서 여전히 작동하는 근원적인 것을 주목하는 행위를 동시대성과 연결한다. 여기서 기원은 연대기적 과거에만 있지 않다. 기원은 역사의 생성과 동시대적이며, 역사의 생성에서 항상 작동한다. 이렇듯 동시대성은 철저한 역설 속에서 탄생한다. 자기 시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자각과 동시에 자기 시대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려는 행위가 바로 동시대성의 개념을 구성한다.
- (문학의 동시대성에 대하여―이기호, 한강, 권여선의 시대착오)
작가는 언제 탄생하는가?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는 바로 그때에 작가도 태어난다. 『돈키호테』가 탄생했을 때에야 비로소 세르반테스가 그 작품의 작가로서 태어나는 것이다. 작품의 진정한 배후는 시대, 사회, 역사, 관계 들이다. 작가는 이 배후와 작품을 연결해 주는 알리바이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작가는 탄생하는 바로 그 순간 죽는다. 완성된 작품은 독자의 손에 넘어가며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 작가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이 불후의 명작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쓰는 자(작가)는 읽는 자(독자)와 연동되어 있다. 읽는 행위를 통해 쓰는 행위가 완결된다. 결국 작가의 탄생에 대한 질문은 작가의 죽음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부재를 제 것으로 떠안으면서(죽음) 태어나고, 비어 있는 독자의 자리에 제 자신을 채워 넣 으면서(죽음) 완성된다.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유령 작가(ghostwriter)다. 그는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소환되지 않는 그림자다. 그는 작품을 낳았다고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작품에 의해 탄생한 자다. 셰익스피어의 정체를 둘러싼 그 수많은 소동이야말로 작품의 선행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저기 눈앞에 서 있는 작가는 누구인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는 저 작자(作者)는 누구인가?
- (저자(author)라는 타자(other)―이기호와 이장욱의 저자-독자-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