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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741648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4-09-13
책 소개
목차
서문 강지희 5
이브, 잔치는 끝났다 -젠더 혹은 음모 19
다시 쓰는 소설, 덧칠하는 언어 -패러디 소설에 나타난 여성 의식 56
섹스와의 섹스, 슬픈 누드 -1990년대 소설 속의 성 83
불한당들의 문학사 -1990년대의 악마주의 소설 114
이브의 몸, 부재의 변증법 145
수상한 소설들 -한국 소설의 이기적 유전자 174
페미니즘이 포스트페미니즘에게 207
주체의 궁핍과 ‘손’의 윤리 235
정의에서 돌봄으로, 돌봄에서 자기 돌봄으로 271
포스트휴먼으로서의 여성과 테크노페미니즘 -윤이형과 김초엽 소설을 중심으로 306
에필로그 341
더 빛나는 그림자 343
나‘들’의 문학‘들’ 346
암리타가 있는 키친의 풍경 358
리뷰
책속에서
그 결과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여성 문학은 ‘차이’가 아닌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 때문에 진정한 여성 문학은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와 같다는 것, 그동안 여성 문학에서 이룬 것은 엄청난 승리를 유예시키는 하찮은 승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 여전히 여성은 아버지 제우스의 머릿속에서 갑옷을 입고 태어난 아테나이거나 아폴론에게 순종하지 않은 죄로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 벌을 받은 카산드라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여성의 운명은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낮에 짠 옷을 밤에 다시 풀어야 하는 페넬로페와 닮아 있다는 것, 이처럼 여성들은 아직도 해피엔딩의 영화가 아니라 비극적인 신화 속에 더 많이 산다는 것 등. 이런 사실을 확인해 가는 작업은 20세기의 한국 여성 문학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좌절과 절망을 곡비처럼 대신 울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정신은 복화술사처럼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육체를 조종하고 있다. 때문에 신세대들의 육체는 햇빛이 비치면 양지로 바뀌는 정신의 “그늘”이 아니라 밤이 되어야만 나타나면서 영원히 빛은 될 수 없는 정신의 “그림자”에 가깝다. 그래서 정신은 이제 육체를 통해서도 강화된다. 신세대들은 정신을 보여 주기 위해 육체를 노출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신세대와 성은 “밀월” 관계가 아니라 “냉전” 관계라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확인 과정을 통해서 옷은 벗었지만 그래도 육체가 드러나지 않는 성 담론의 딜레마나 신세대 문학이 그려 내는 성의 성감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는 너무나 진부하다. 1990년대 문학에 대한 논의는 더 진부하다. 1990년대 초부터 일찌감치, 그리고 활발하게 진행된 1990년대에 대한 논의가 ‘이미, 벌써’ 1990년대를 정리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1990년대 초 이후는 1990년대의 덤이고, 부록이며, 잉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현상 속에서 조로할 수밖에 없었던 1990년대는, 그래서 ‘아직, 결코’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조로는 노쇠보다 더 나쁘다. 엄살과 과장으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되찾아 주어야 할 것은 이처럼 제대로 피어 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 버린 1990년대라는 “청춘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