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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19454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1-09-27
책 소개
목차
서문 9
1부 밤마다 밤이 이어진다
검은 차창을 바라보는 중국인 꼬마 15
너 자신을 잡아당겨 보라, 끊어지기 직전의 고무줄처럼 21
밀어 올려도 굴러 떨어지는 거대한 돌 30
만일 바다도 산도 대도시도 싫어한다면 36
지난여름의 일기 40
2부 나는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지
안개 속에서 선명해지는 것 65
여행식물 72
얼마간은 이웃 79
백 년 후의 서점 86
노동 없이 노동하며 사랑 없이 사랑하는 93
3부 물결치는 너의 얼굴 보고 싶다
흰 종이, 거의 검은 종이에 가까운 흰 종이 105
뿔과 뿌리 111
특별한 등 116
점과 백 122
보고 싶어, 너의 파안 128
듣고 싶어, 속살거림 속살거림 132
닿고 싶어, 물처럼 넘쳐서 물처럼 흘러서 137
4부 나무의 잠이 궁금하다
이불을 털다가 주저앉아 꼼짝없이 143
봄에 꾼 꿈이 이듬해 다시 떠오르는 것 148
물그림이 마르는 동안 158
새벽 5시의 단편들 165
누구의 손입니까? 168
5부 천진난만하게 투명을 떠다니는 빛
사랑스러운 빛 177
새가 말을 건다면 대답할 수 있겠니? 185
백 년을 기다렸고 오늘 나는 죽는다 193
아침 인사 199
부록: 완벽하게 너그러운 나의 친구 20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 오전, 비둘기 세 마리가 맞은편 지붕 위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10분 정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살아 있는 무엇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기와를 장식하기 위한 조형물인 줄 알았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땐 이 많은 새들이 다 어디로 가지?
콧속이 얼어붙는 겨울밤에는 그 많은 고양이가 다 어디에 숨지?
늘 그런 게 궁금했다. 늘 그런 것만 궁금했다.
―「서문」에서
노인의 피부를 나무껍질 따위로 처음 비유한 사람은 틀림없이 제 할머니의 팔을 만져 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무심한 표현이 노인에 대한 관습적 인식을 낳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오늘의 충격은 그 자의 탓 때문이라기보다는 할머니의 팔을 만지자마자 즉시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 있다. 나는 할머니를 사랑한다. 살의 촉감이 촉촉하고 흐물거린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아, 촉촉해! 아, 부드러워! 하고 마음속에서 곧바로 언어화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검진 결과가 좋아야만 한다. 작은 발을 쭉 뻗어 내게 내밀고는,
손녀 집에 놀러가려고 양말 신었지.
수줍게 웃는 나의 할머니.
―「지난여름의 일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남아 있는 시간의 표면 위를 둥둥 떠가는 거야. 해초처럼 부드럽게. 내가 너의 죽음을 지켜볼 수 있고 네가 나의 죽음을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지 않고 일하며. 사랑하지 않고 사랑하며. 그럴 수 있을까? 그런 삶의 형식을 우리가 발명할 수 있을까?
―「노동 없이 노동하며 사랑 없이 사랑하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