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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051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0-05-19
책 소개
목차
나의 피투성이 연인 7
호텔 유로, 1203 87
성스러운 봄 125
비소 여인 163
나릿빛 사진의 추억 199
달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237
작품 해설│강유정(문학평론가) 291
어둠의 편에서 보는 빛의 자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가 있었고 내가 있었다. 둘 사이엔 깊은 우물이 있었다. 그가 옆에 있을 땐 우물의 존재를 몰랐다. 너무 가까이 있는 건 보지 못하는 게 인간의 시력이니까. 그 심연 속에 많은 것들이 있었다. 사랑도, 결핍도, 원심력도, 구심력도, 피로한 감정의 순간도, 은닉된 삶의 조각들도. 그 조각들을 다 맞추어도 기어이 떠오르지 않는 지난 생의 밑그림. 끝내 찾을 수 없는 몇 개의 조각들이 여기 있다. 둘 사이의 우물은 너무 깊고 어둡고 그리고 차갑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서
병실 복도에서 의사가 수술과 처치 과정을 설명하며 비용을 말했을 때 나는 처음에 분노했다. 아내보다 내가 더 분노했다. 비용이라니.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데 드는 돈은 그때 내게 비용이 아니었고 그 비용은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나의 미래가, 아니 내 나머지 생의 전부가 일순에 사라지려는데 어떤 부모인들 목숨이라도 걸지 않으려 하겠는가. 비용은 문제가 아닙니다. 나도 그렇게 말했다. 아이가 입원해 있던 1년 반 동안 많지 않던 예금은 사라졌고 카드빚은 여기서 빼서 저기를 막아야 했지만 그때 내게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중엔 빌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아픈 아이의 치료비로 전세금까지 날아가 버린 걸 안 주위 사람들은 그때부터 전화기 속에서 나를 확인하는 순간 목소리의 톤이 달라졌다.
-「성스러운 봄」에서
"됐습니다."
유선이 치켜들고 있는 옷자락 아래로 처음엔 배를, 그리고 등까지 유심히 살펴본 의사는 티셔츠 한 자락을 살짝 아래쪽으로 내려 주며 의자에 등을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