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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42698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2-03-25
책 소개
목차
유령의 마음으로 7
빛이 나지 않아요 33
여름은 물빛처럼 73
낯선 밤에 우리는 107
집에 가서 자야지 139
동면하는 남자 177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205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235
작가의 말 261
작품 해설
마음을 살려 내는 이야기_황예인(문학평론가) 264
추천의 글_박솔뫼(소설가) 27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유령의 우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 감정들이 전부 그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손에 닿지는 않았지만 분명 따뜻했고, 너무나 따뜻해서, 나는 울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유령이 눈물까지 흘리는 거야. 내가 말했다. 나는 유령이 아니니까. 유령은 우는 와중에도 그렇게 말했다. 잠시 뒤에 유령이 나를 끌어안았는데,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 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전한 이해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아. 안긴 채로 내가 말했을 때 유령은 그래, 라고 대답해 주었다.
-「유령의 마음으로」에서
그 뒤로도 라디오에서는 짧은 사연들이 지나갔다. 슬프지도 재밌지도 않은 사연들을 산과 나는 계속해서 들었다. 어느 순간에는 푸르른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는데 산을 쳐다봤을 때 산은 울고 있지 않았다. 산은 이제 울지 않고도 푸르른 냄새가 나는구나. 그 냄새를 맡고 있으니 수로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르는 물을 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은 기분. 산과 나는 이제 슬픈 마음 없이도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었다.
-「여름은 물빛처럼」에서
내가 처음으로 파견된 집은 삼대가 사는 아파트였다. ‘이경순, 82세, 병환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바다로 가고 싶음.’ 고객 정보란에는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이경순 씨 딸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전날 기사가 와서 설치하고 간 욕조 높이의 낮은 수조와 이경순 씨가 있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이경순 씨는 나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도우미라고 대답하자 그는 또다시 내게 누구냐고 물었다. 할머니께서 해파리가 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거예요, 설명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내가 누구인지 물었다.
-「빛이 나지 않아요」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