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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강보원 (지은이)
민음사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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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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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49291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6-04-17

책 소개

시집 출간 전, 첫 시집 출간 무렵, 시집 출간 후로 시간을 삼분할하여 시기마다의 생각들을 문학, 철학, 영화, 이센스와 김심야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경유하여 펼쳐 보이는 책이다. 생각이 한참 펼쳐지다가도 부질없음으로 귀결되거나, 글을 쓴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가도 고유한 문학론으로 이어져 전개되는 이 책은 흡사 나그네의 말하기 같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잔여,
무슨 일에든 전혀 착수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
모르는 사이 이미 벌어지고 만 일들을 가만 바라보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의 시간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의 신작 산문집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강보원은 201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등단하고, 2021년 첫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출간하며 시인으로 데뷔하는 등 시와 평론 모두에서 재치 있고도 냉철한 사유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는 시집 출간 전, 첫 시집 출간 무렵, 시집 출간 후로 시간을 삼분할하여 시기마다의 생각들을 문학, 철학, 영화, 이센스와 김심야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경유하여 펼쳐 보이는 책이다. 생각이 한참 펼쳐지다가도 부질없음으로 귀결되거나, 글을 쓴다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가도 고유한 문학론으로 이어져 전개되는 이 책은 흡사 나그네의 말하기 같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는 듯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거닐다가 우연히 만난 낯선 이에게 오래 곱씹을 만한 한마디를 건네곤 다시 사라지는 듯한 나그네의 글. 우리는 가벼워진 발걸음과 골똘해진 머리를 안고 책을 덮을 때까지 기꺼이 그를 따라 길을 나서게 된다. 그렇게 거닐며 발견될 무언가를 고대하면서.

■ ‘그다음’에 대처하는 방법
시를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 강보원은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10년 정도 열심히 한다면 시집 한 권을 출간하는 일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부터 시간이 새로이 흐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이런 일이라면 평생 해 봐도 좋지 않을까 했던 순간, 군대에서 동기들에게는 왜인지 필사를 하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몰래 시를 쓰던 순간, 시를 쓰다 써 본 평론이 덜컥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평론가가 되었던 순간, 출판사에 시집 원고를 투고하고 기다리다 출간 연락을 받았던 순간이 모여 흐르고 흐르다 그의 첫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가 출간되었다. 한 권의 시집을 내는 것,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던 그에게 어느 날 친구가 그럼 네 궁극적인 목표는 무어냐고 묻는다. 강보원은 “지금 당장의 목표는 두 번째 시집을 쓰는 것이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그다음의 다음은? 계속해서 주어지는 물음 앞에 강보원은 곧 떠날 사람의 표정을 한 글을 쓴다. 누구나 자기 자리를 만들기 바쁜 세상에서 당장이라도 떠날 것만 같은 얼굴의 글을 쓰는 것, 이것이 강보원의 시와 글이 갖는 대체 불가능성이다.

■ 떠나가기를 사유하는 자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는 떠나가기에 대한 사유로 완성된 산문집이다. 떠날 마음을 품고 이곳에 머무는 일은, 이곳에 속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속하지 않기도 하는, 경계에 위치하는 일이다. 이러한 임시의 상태에서 강보원은 그의 글과 같은 속성을 지닌 것들에 본능적으로 오래 시선을 둔다. 무언가 결정하기 위해 사람들과 모인 자리에서, 흔히 사람들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것만 지킬 수 있다면 타인의 의견을 모두 존중하겠다고 마음먹지만 강보원은 바로 그 최소한의 것이 늘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그 최소한의 것까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쓴다. 또한 강보원은 경이와 신비에 대해 고찰할 때 역시, 신비를 이루는 질서를 이해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있으며, “나는 그 잔여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내가 중요하다 여기는 최소한의 것마저 포기할 줄 아는 마음, 신비가 다 해체된 뒤 남는 잔여에 관심을 두는 마음은 이곳에 속하되 이곳의 것이 아닌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며, 떠나가기를 사유하는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마음들을 자유라고 바꿔 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7

1부 영화에 대한 것은 아닌 11
2부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121
3부 이센스와 김심야 167

저자소개

강보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시인·문학평론가.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 산문집 『에세이의 준비』, 비평집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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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를 본격적으로 써 보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아무리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시집 한 권 정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고, 늦더라도 대략 10년 정도를 투자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투자를 하고 나면 10년 후의 내 삶이 몹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의 나는 10년 후의 나도 아니었고, 그 힘들다는 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능력도 없었다. 그 생각을 처음 한 지 벌써 10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당시의 나는 우리의 삶과 생활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고, 문학과 예술에 대해 많은 것들을 오해하고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것들도 있었다. 사실은 그런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인생이란 게 도대체 가능한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할 때가 있다. 인생을 살려면 인생과 보폭을 맞춰서 착착 잘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모든 일들이 너무 빠르게 나를 지나쳐 간다. 지나쳐 가서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 차라리 좋겠는데 앞에서 목줄을 당기고 나를 질질 끌고 가는 것 같다. 해야 할 건 너무 많고, 하지 않은 것은 정말이지 너무 많다. 그것들은 결국 돌아오는데 그럴 때가 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내가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 했겠지.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안 한 건데 왜 끝끝내 하라고 나한테 이러는 것인지? 억울하지만 그런 억울함은 어떻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해야 한다. 하고 나면 좀 낫긴 하다. 다른 하지 않은 일이 만기가 차서 내 목덜미를 움켜쥐기 전까지는.


시의 신비를 탈구조에서, 구조의 해체에서, 혹은 무-구조에서(그러니까 그냥 그런 것, 그 자체일 뿐인 것)에서 찾는 담론에 지친 나에게 저런 말은 정말이지 반가움을 넘어선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등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좋은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것처럼 저곳에도 이미 누군가 가고 있던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시는 내게 이렇게 써도 된다는 안도감을 준다. 케이지의 글은 내게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니까 어떤 허락이라기보다는 그저 내게도 동료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동료는 꼭 지금 이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신비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질서로부터 느끼는 경이이다. 신비를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러므로 그 질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게 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고 나는 그 잔여에 더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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