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49291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6-04-17
책 소개
목차
서문 7
1부 영화에 대한 것은 아닌 11
2부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121
3부 이센스와 김심야 16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를 본격적으로 써 보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아무리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시집 한 권 정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고, 늦더라도 대략 10년 정도를 투자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투자를 하고 나면 10년 후의 내 삶이 몹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의 나는 10년 후의 나도 아니었고, 그 힘들다는 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능력도 없었다. 그 생각을 처음 한 지 벌써 10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당시의 나는 우리의 삶과 생활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고, 문학과 예술에 대해 많은 것들을 오해하고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것들도 있었다. 사실은 그런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인생이란 게 도대체 가능한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할 때가 있다. 인생을 살려면 인생과 보폭을 맞춰서 착착 잘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모든 일들이 너무 빠르게 나를 지나쳐 간다. 지나쳐 가서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면 차라리 좋겠는데 앞에서 목줄을 당기고 나를 질질 끌고 가는 것 같다. 해야 할 건 너무 많고, 하지 않은 것은 정말이지 너무 많다. 그것들은 결국 돌아오는데 그럴 때가 되면 숨이 턱턱 막힌다. 내가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 했겠지.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안 한 건데 왜 끝끝내 하라고 나한테 이러는 것인지? 억울하지만 그런 억울함은 어떻게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해야 한다. 하고 나면 좀 낫긴 하다. 다른 하지 않은 일이 만기가 차서 내 목덜미를 움켜쥐기 전까지는.
시의 신비를 탈구조에서, 구조의 해체에서, 혹은 무-구조에서(그러니까 그냥 그런 것, 그 자체일 뿐인 것)에서 찾는 담론에 지친 나에게 저런 말은 정말이지 반가움을 넘어선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등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내가 좋은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것처럼 저곳에도 이미 누군가 가고 있던 사람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시는 내게 이렇게 써도 된다는 안도감을 준다. 케이지의 글은 내게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니까 어떤 허락이라기보다는 그저 내게도 동료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동료는 꼭 지금 이곳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신비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질서로부터 느끼는 경이이다. 신비를 보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러므로 그 질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게 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고 나는 그 잔여에 더 관심이 있다.




















